승연의료재단 삼천포서울병원 이승연 이사장(61)이 4일 고압산소치료실에 들러 의료진에게 당부한 이 말에는 환자들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잔뜩 묻어났다. 고압산소치료실에는 당뇨족부괴사(당뇨발)를 치료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온 환자들로 가득했다.
경남 사천시 동금동 삼천포서울병원 5층 구석에 자리 잡은 이사장실은 집무용 책상과 조그마한 4인용 테이블이 전부여서 남루한 ‘골방’ 분위기였다. 이 이사장은 “내 가족과 같이 환자를 돌보는 게 우리 병원의 최고 가치관”이라는 생각에서 화려하고 큰 이사장실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그는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병원 관리직으로 14년간 근무했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고관리자과정을 수료했다. 이 이사장은 의료계에서 누구보다 도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이사장이 ‘의료 불모지’나 다름없던 옛 삼천포에 병원을 설립한 것은 16년 전인 2006년. 170개 병상에 내과와 외과, 정형외과 등 9개 과를 갖춘, 당시로서는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편견도 있었지만 이 이사장의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됐다. 이듬해 병상을 264개로 늘렸고 진료과목과 의료진도 확대하는 등 병원 규모를 더욱 키워 2차 개원을 선언했다. 인공신장실, 최신형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기, 전신용 골밀도검사기, 수술미세현미경, 생화학검사장비 등 시설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잠수병을 치료하는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구축해 다른 병원과 차별화하기도 했다. 전국 민간 병원에서는 처음이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 꼭 필요한 의료시설이지만, 투자 대비 이윤이 적어 대부분 민간 병원에서는 외면하는 시설이다. 12명 동시 치료가 가능한 고압산소치료센터 의료진은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활약했다. 의료진 6명이 8개월 동안 치료에 총력을 기울여 잠수사 42명을 완치시켰다. 고압산소치료센터는 당뇨족부괴사 환자 치료에도 주효했다. 당뇨족부괴사는 발끝이나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특이한 증상으로 상처를 열어두면 패혈증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어 신체 일부를 잘라내야 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압산소치료센터 의료진은 최근까지 환자 신체를 절단하지 않고 1500명의 환자를 완치해 냈다. 센터에서는 뇌혈관장애, 뇌경색, 뇌기능장애, 가스중독, 화상 등의 환자들도 효과적으로 치료해 내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제 150억 원을 들여 병원을 증축하는 3차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병상을 415개로 확대할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웠고, 특히 고압산소치료센터를 해양의료연구소로 격상해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잠수병, 당뇨합병증, 가스중독, 화상 환자 등을 다루는 4개 센터로 구성됐다.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해난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려고 옥상에 전용 헬기장도 갖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는 자발적으로 병원 일부를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감염병전담병원(71개 병상)으로 일시 전환하는 등 사회적 책무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 이사장은 탁월한 봉사정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수익이 많이 생기면 자기 호주머니에 넣기보다는 사회 환원을 하자는 게 그의 철학이라고 한다. 해마다 국내외 의료봉사활동을 펼친 그는 2013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대한적십자사의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RCHC)’에 가입했다. 그는 지난해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삼천포서울병원이 있어서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한눈팔지 않고 노력하겠다”며 “은퇴 후 환자를 아끼고 지역 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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