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과 군사력[임용한의 전쟁사]〈198〉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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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에 대한 글을 쓰다가 카르타고 유적지를 조사하게 되었다. 튀니지에 위치한 고대 카르타고시는 무척이나 가보고 싶은 유적이지만 갈 날이 올지 모르겠다. 지금의 모습으로 과거의 영화를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학자들이 추정한 복원도를 보면 엄청난 광경이 펼쳐진다.

방어용 군사설계이긴 하지만 외형만 보면 고급 요트 계류장보다 멋진 항구, 언덕 위에 올라서 있는 다층의 빌라들이 있었다.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로마의 도시들에서 보았던 내부구조를 대입해 보면 현대의 고급 별장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음이 분명하다.

여기에 전기시설을 하고, 침대와 가구를 갖추면 지금 재현해도 1급 리조트를 지닌 아름다운 도시로 간주될 것이다. 티볼리, 폼페이, 에페수스, 페르가몬, 로마의 고대도시 유적들은 유명 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카르타고시가 세워질 때 로마는 대리석의 도시가 아닌 나무로 지은 이층집이 다닥다닥한 볼품없는 도시였다. 우리가 보는 고대 로마 도시의 원조가 카르타고다.

경제력, 기술력, 진취성, 행정력 등 모든 면에서 카르타고는 로마보다 한참 위였다. 단 하나, 아니 두 가지가 미달했는데 군대와 군을 대하는 시민정신이다. 그 이유로 카르타고가 쌓은 모든 것을 로마에 양도하고 멸망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현대 전쟁은 경제력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숫자가 그대로 전투력이나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말은 아니다. 정말 그렇다면 그게 카드게임이지 전쟁인가.

6·25전쟁 때와 비교하면 우리 경제와 군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젠 절대 약소국이 아니다. 그러나 전략적 기준에서 우리나라는 지형, 국제 정세 등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심각한 취약점이 있다. 작은 실수에도 단기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나라다.

군사정권 시대에 국방이 국민 협박용으로 오용되었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방에 대한 경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경제력도 힘과 강한 정신으로 연결돼야만 군사력이 된다.

#경제력#군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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