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다함께 미래로]〈3〉고등교육 기회 확대
전국 38개 국립대 인적자원 활용… 중소도시 취약계층에 교육기회 제공
장애인-취약계층-경력단절자 등… 소외계층 지원 교육프로그램 운영
국립대 학생-지역사회 모두 ‘윈윈’
“발달장애가 있는 저희 아이는 다섯 살이 되도록 ‘엄마, 아빠’라는 말을 제대로 못 했어요. 그러던 중 공주대 언어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한 달 만에 ‘엄마, 아빠’를 똑바로 불러주는 거예요. 얼마나 감격했는지 남편을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어요.”
발달지연 장애아동의 어머니 김모 씨(40) 이야기다. 김 씨의 아이는 선천적 언어발달 지연과 자폐적,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성향으로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2019년 지인 소개로 공주대 특수교육대학원의 언어재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김 씨는 “지도교수는 이론 부분을, 석·박사 연구원과 대학원생들은 아이들 감정에 집중해 ‘라포르’(rapport·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했다”며 “사설센터는 비용이 많이 들고 만족도가 떨어졌지만 국립대 프로그램은 무료인 데다 만족도도 높았다”며 기뻐했다.
전국 38개 국립대가 장애인, 취약계층, 경력단절자 등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런 프로그램들은 국립대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장애아동 교육여건 개선 및 맞춤형 예비교사 양성
김 씨가 참여한 사업은 공주대(총장 원성수) 특수교육대학원 언어재활 치료 전공의 지역사회 장애학생 언어재활 지원사업. 중소도시의 장애아동들이 전문적인 언어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공 대학원생들은 이 사업을 통해 임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공주대 특수교육과도 지역사회 장애학생을 위해 신체적 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심리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정서 안정 및 가족 기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구교대(총장 박판우)는 병원에 장기 입원한 장애학생을 위해 학생들과 일대일로 연계한 학습 지원에 나서고 있다. 수어(手語)교실을 운영하면서 특수아동과 일반아동을 통합해 가르칠 수 있는 초등교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강릉원주대(총장 반선섭)는 원주지역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교육·학습·문화 등 사회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멘토링 활동을 운영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교육 사각지대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는 건강관리 비대면 프로그램, 해양생물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 농어촌 취약계층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농어촌 지역의 부족한 교육 인프라 개선에 힘쓰는 국립대도 있다. 광주교대(총장 최도성)는 농어촌 지역에 직접 찾아가는 과학IT·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비교사 학생들이 농어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코딩 사고력, 세계문화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2020년까지는 직접 찾아갔으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운영됐으며, 올해부터 오프라인 운영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재호 광주교대 교육연구원장은 “대학생들에게는 현장 경험이 어려운 코로나19 시국에 현장 교육역량을 향상시킬 기회가 되고, 수업을 받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지역사회에서 배울 수 없는 IT 수업을 들을 기회가 된다”며 “도농 간 격차를 해소하고 예비교사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안동대(총장 권순태)는 정보소외지역 및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안동대 학생들로 구성된 144명의 재능기부단은 지역 내 중고교를 찾아 정보분석, 기계공학, 전자공학, 의류, 간호 등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12회에 걸쳐 진행했다. 안동대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지역 청소년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교육을 체험해 볼 기회”라며 “안동대 학생들도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살려 지역에 봉사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 경력단절자 및 자활청년 재취업·창업 방향 제안
창원대(총장 이호영)는 경력단절자를 대상으로 ‘메이커 전문가’를 양성하는 ‘후학습자 꿈드림 교육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메이커란 디지털 기기 등 다양한 기술과 도구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사람을 뜻한다. 창원대의 이 사업은 학내 ‘메이커 스페이스’에 있는 3차원(3D) 프린터 등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 상품을 직접 제작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이 사업으로 경력단절 여성 3명이 각각 공방을 창업했다. 메이커 전문강사로 재취업한 수강자는 도서산간지역 등 소외지역을 찾아 메이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창원대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사회 적응을 어려워하는 청년들의 자립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 도서관 카페, 베이커리, 지역 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 베이킹에 필요한 도구나 데커레이션 소품들을 디지털 장비로 직접 만들 수 있다.
박경호 창원대 메이커아지트 전담연구원은 “자활청년들이 직접 직업 관련 소품을 만들면서 직업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재취업과 창업에 성공한 경력단절자들이 본인의 수익을 창출하고 성장했다는 사실 자체로 굉장히 기뻐한다. 메이커 교육 선순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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