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에 태어난 김 양은 생후 4∼5개월까지는 뒤집기, 목 가누기 등 또래와 같은 행동발달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앉거나 기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부모는 처음에는 발달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성장이 더딘 것 같아 발달 이상을 의심하고 병원에 방문했다. 의사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더니 유전자 검사를 받아 보자고 제안했고 그 결과 척수성 근위축증(SMA) 진단을 받았다. 》
유전적 원인으로 전 세계 영유아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 되는 질병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SMA)’이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우리 몸에 운동신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SMN1 유전자가 결핍되거나 돌연변이인 경우 발병한다. SMN 단백질이 스스로 생성되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의 근육이 약해지면서 삼키기, 빨기, 숨쉬기 등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잃어버려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전체 환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제1형은 가장 심각한 유형이다. 출생 직전부터 근육의 퇴행이 시작돼 생후 6개월 전 운동신경세포의 95% 이상이 손상된다. 치료받지 않을 경우에는 환자의 90% 이상이 만 2세 전에 사망할 수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신생아 출산 이후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선별검사로는 확인할 수 없다.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유전자 검사가 필수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대부분은 부모가 비슷한 희귀질환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에 신생아 때 희귀질환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이 어느 정도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게 된다.
질환이 시작된 후에는 치료를 받더라도 이미 손상된 운동신경세포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진행성 질환이기에 아이가 의심되는 증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다른 근육병으로 오인하거나 발달 지연 정도로 생각하다 보면 치료 시기를 놓치며 증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척수성 근위축증은 현재 여러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재활치료 외에는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었다. 하지만 희귀질환과 치료제에 대한 지속적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개의 치료제가 허가됐다. 바이오젠의 ‘스핀라자’는 현재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투약 가능하지만 평생 주기적으로 척수강내 주사로 치료가 진행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로 투약하는 약제인 로슈의 ‘에브리스디’도 개발됐다.
1회 투약으로 척수성 근위축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유전자 대체 치료제도 국내 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노바티스의 ‘졸겐스마’는 평생 규칙적인 치료가 아닌 단 1회 투약으로 치료가 끝난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유전자의 기능을 대체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졸겐스마 치료 이후 일반인처럼 걷고 뛰고 유치원에 다니는 환자도 있다. 국내 환자들도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하루빨리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 환경이 좋아진 만큼 질환의 심각성과 함께 환자들의 염원을 담은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한국 척수성 근위축증 환우회와 한국노바티스가 이달부터 시작한 ‘#같이숨쉬자’ 캠페인은 질환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가수 백지영도 참여해 ‘희망의 빛’이라는 신곡을 통해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캠페인을 공동 추진한 한국 척수성 근위축증 환우회의 문종민 대표는 “희망의 빛 뮤직비디오가 전국에서 숨쉬고 있는 아이부터 성인에 이르는 모든 SMA 환우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기운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캠페인이 SMA 질환을 널리 알려 우리 환우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동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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