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값 산정 방식 개편을 추진하는 정부가 낙농업계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수정안을 내놨다.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가격 결정 업무를 담당하는 소위원회를 두는 내용을 담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지난해 말 발표한 ‘낙농산업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생산자단체의 주장, 유가공 업계와의 실무협의 결과 올해 원유(原乳) 생산 전망 등을 반영해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유 가격 상승세를 꺾기 위해 지난해 말 개선안을 통해 원유를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치즈 아이스크림 등 가공 유제품용)로 나누고, 음용유 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는 더 싸게 거래하도록 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추진해왔다.
국산 원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로 낮아졌다. 자급률 하락은 현재의 낙농산업 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제도가 소비구조의 변화에 맞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지금까지 국내 원유 가격에 적용돼온 ‘생산비 연동제’는 수요에 관계없이 생산비가 오르면 가격도 오르는 구조여서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발표된 개선안은 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구매할 때 음용유 187만 t은 L당 1100원, 가공유 31만 t은 L당 800∼900원으로 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차등가격제가 적용될 경우 가공유 납품가 하락으로 유업체가 원하는 물량이 늘어나 낙농가로서는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산자단체들은 유업체들이 가공유를 더 많이 사들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데다 단기간 내 원유를 증산할 여력도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차등가격제에서 가공유가 차지하는 부분을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양보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도입 첫해에는 음용유 대 가공유 비중을 190만 t-20만 t, 이듬해 185만 t-30만 t, 그다음 해 180만 t-40만 t으로 조정하는 식이다.
농식품부는 “수정안이 도입되면 첫해 농가소득은 현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15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관심사인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는 원유 구매 물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소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15명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생산자 측 대표가 7명이어서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하는 회의 개최 조건에 생산자 측이 참석하지 않으면 논의를 시작조차 할 수 없는 불합리한 점이 지적돼왔다. 개선안에서 정부와 학계, 소비자 측 인원을 늘리고 개의(開議) 조건을 삭제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생산자단체들은 “교섭권 무력화”라며 반발했다.
정부는 수정안을 통해 생산자·유업체 측 각 3명, 정부·학계·낙농진흥회 측 각 1명으로 이뤄진 소위원회를 두고 원유 가격과 거래량은 소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농식품부는 “무엇보다 당사자인 낙농가와 유업체의 이해가 중요하다”며 “향후 온라인 설명회 등을 통해 생산자단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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