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뇌가 재무적 의사 결정을 할 때 수많은 호르몬과 화학 물질이 관여한다. 실제로 호르몬과 같은 생리학적 요인이 투자 편향을 유발하고 수익을 내는 것을 가로막는 복병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알래스카대 연구진은 최근 주식 거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투자 편향을 유발하는지를 탐구했다. 원래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기제로 심폐 활동을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테스토스테론은 위험에 대한 태도와 연관된 뇌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일반인보다 금융 지식수준이 높은 재무관리 석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몬이 투자 편향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호르몬의 증가와 함께 투자 포트폴리오의 거래 빈도가 늘어나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먼저, 코르티솔 분비가 많아지면 수익을 내는 자산은 너무 빨리 매도하고 손실을 보는 자산은 너무 오래 소유하는 처분 효과가 강화됐다. 이익은 되도록 빨리 실현하고 손실은 가능한 한 뒤로 미루는 행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나아가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을 바꾸는 회전율도 높아졌다. 물론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질 때 투자자의 관심과 회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체내 호르몬의 단순 증감에 따라 거래량이 요동치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 행위로 볼 수 없다. 이는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판단 오류가 증가하고 감정적으로 예민해지는 상황과 흡사하다.
마찬가지로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이 증가해도 거래를 너무 빈번하게 하는 우를 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 테스토스테론이 포트폴리오 회전율에 미치는 영향은 코르티솔의 상대적 양에 따라 변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코르티솔 수치보다 높은지 혹은 낮은지에 따라 거래 빈도가 결정됐다는 얘기다. 이는 특정 호르몬으로 인해 나타나는 개별적인 효과와 여러 호르몬이 동시에 작용할 때 나타나는 복합적인 효과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지만, 호르몬의 경제적 역할과 중요성에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행동과 태도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안목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아무리 그럴듯한 경제학적 모형이나 이론도 생리적 요인을 간과하면 형편없는 예측력을 가진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 중심적이고 직무 스트레스가 남다른 금융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제적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분비 기능에 대한 성찰 및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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