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대기근, 제1·2차 세계대전도 버텨낸 1229년 역사의 영국 최장수 펍(Pub·영국식 술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7일 BBC가 전했다.
BBC에 따르면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주 세인트올번스의 펍 ‘올드 파이팅 콕스’가 4일 문을 닫았다. 영국(Great Britain)이라는 국가가 생기기도 전인 793년 문을 연 이 펍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술집’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직원은 10여 명, 여름 성수기에는 아르바이트생까지 25명 정도 일했다. 최근 이 펍을 찾은 손님들은 구글 리뷰에 “음식도 직원도 사랑스러웠다” “나이 든 손님에게 직원이 차 한 잔을 내줬다” “결혼식 피로연을 이곳에서 행복하게 치렀다” 같은 따뜻한 후기를 남겼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식당과 술집 영업시간을 제한했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최근 10년간 이 펍을 운영한 크리스토 토팔리 씨는 “펍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봤으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아프다”면서 “펍은 내게 사업 그 이상이었다. 중요한 역사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고 4일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이 글이 오른 지 몇 시간 뒤 시민들의 응원과 위로 메시지가 밀려들었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서민이 ‘퇴근 후 한잔’을 위해 찾던 전통 펍은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 집에서 술 마시는 문화가 퍼지며 2008∼2018년 펍 1만1000곳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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