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나토 가입않되 중립-안보 보장”… ‘핀란드화’ 해법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03시 00분


마크롱 제안에 푸틴 “진전 가능성”, 냉전때 모델… 일각 “러에 말려들어”
푸틴 “나토 동진 계속땐 유럽전쟁”… 바이든, 숄츠 獨총리와 첫 정상회담
“러 침공땐 獨-러 연결 가스관 폐쇄”

가까이 앉은 美-獨 정상… 멀찍이 앉은 佛-러 정상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위쪽 사진 오른쪽)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더 이상 (러시아와 독일 간 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2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아래쪽 사진 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 완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열었다. 워싱턴·모스크바=AP 뉴시스
가까이 앉은 美-獨 정상… 멀찍이 앉은 佛-러 정상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위쪽 사진 오른쪽)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더 이상 (러시아와 독일 간 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2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아래쪽 사진 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 완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열었다. 워싱턴·모스크바=AP 뉴시스
전운이 짙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 완화를 위해 유럽 정상들이 막판 중재에 나선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가 외교적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어느 한쪽도 스스로 물러서기 어려운 ‘강 대 강’ 대치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교류할 수 있는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 최악의 군사 충돌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 푸틴 “마크롱 제안, 진전될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모스크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5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몇몇 아이디어는 공통의 진전을 위한 기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경을 향한) 나토의 동진(東進)이 계속된다면 유럽이 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서방에 대한 위협을 낮추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확실한 안보보장안을 제시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가 악화되거나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정상회담 직전 기자들에게 “핀란드화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화는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서독(현 독일)에서 생겨난 용어다. 옛 소련이 국경을 접한 핀란드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데 쓰였다. 1970년대 초반 미국과 중국 데탕트(화해)를 이끌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를 해법으로 제안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교류할 자유를 보장하되,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를 문서로 보장하라는 러시아와, 나토 ‘개방 정책(open door policy)’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미국이 한 발씩 양보하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앞서 “가까운 장래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고 “독일과 미국은 다른 동맹국과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독일은 ‘노르망디 포맷’을 통한 대화와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망디 포맷은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4자 회담을 말한다.

관건은 우크라이나가 핀란드화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다.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 친(親)서방 그룹은 핀란드화를 “사실상 푸틴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수도 코앞 집결
외교적 돌파구 마련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미-러 양국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주말에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러시아군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차로 불과 2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국경에서 키예프까지는 불과 90km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10일부터 열흘간 미국 영국 등이 지원한 대전차미사일과 공격용 무인기 등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독일 영국은 각각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 병력 350명씩을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동유럽에 배치된 순환근무 병력을 영구 주둔시켜 나토 방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제재 방안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숄츠 총리와의 회담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경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숄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노르트스트림2 차단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했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로서는 가스관 차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 숄츠 총리가 처한 난관”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나토 가입#필란드화#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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