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일 온라인 축제 ‘경록절’서 한영애 노래 밴드 사운드로 재해석
4월엔 단독콘서트 여는 한영애 “행복 주는 무대가 갈수록 좋아져”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던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의 한 건물 지하. 50m² 남짓한 연습실에서 삭발한 여인의 사진이 기자를 맞았다. 한쪽 벽면의 피아노 위에 걸린 액자 속 그 여인. 그리고 눈앞에 앉은 이 여인. 둘을 번갈아 보자니 기분이 묘했다.
“2003년 ‘목포의 눈물’ ‘사의 찬미’ 같은 옛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Behind Time’ 녹음을 앞두고는 즉흥적으로 한 삭발이에요. 저는 덤덤했는데 자르면서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되레 펑펑 울었죠.”
별명은 ‘소리의 마녀’.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달라’는 무녀의 제사 같은 노래를 뿜는 싱어송라이터 한영애다. 한영애처럼 부를 사람은 한영애뿐이다. 허나 노래의 힘만은 강물처럼 고고하다. 지난해 무명 가수 이무진을 슈퍼스타로 만든 ‘누구 없소’를 비롯해 ‘가을 시선’ ‘조율’ ‘루씰’…. 최근까지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젊은 가수들이 앞다퉈 그의 곡을 골라 재해석한다.
이제 한영애가 한영애를 재해석한다. 이번 메뉴는 호쾌한 펑크 록이다. 9∼11일 유튜브 ‘크라잉넛’ 공식 채널에서 중계하는 음악 축제 ‘경록절’의 두 번째 날, 한영애가 크라잉넛과 한 무대를 꾸민다. 자신의 곡 ‘코뿔소’와 ‘조율’을 질주하는 밴드 사운드에 담아낸다.
“경록 씨(크라잉넛 베이시스트 한경록)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한영애 선배가 함께해주면 코로나 탓에 무대가 없어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굉장히 힘을 받을 것이다’라고. 그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하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경록절은 ‘홍대 앞 마당발’ 한경록의 생일인 2월 11일에 즈음해 서울 마포구 일대의 인디 음악가들이 총출동하는, 생일잔치를 넘어선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108개 팀이 출연하는데 주빈 격인 크라잉넛과 한 무대를 꾸미는 일종의 간판 출연자가 한영애다.
“‘코뿔소’와 ‘조율’은 모두 크라잉넛이 골랐어요. 편곡도 그들에게 일임했죠. 저는 말 그대로 노래로 숟가락만 얹을 뿐인 걸요.”
팬데믹과 기후변화가 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요즘, 1992년 발표된 ‘조율’이 주는 울림은 예사롭지 않다. 지인과 팬들은 한영애를 ‘나무님’이라고 부른다. 소속사 이름도 나무뮤직. 반찬은 사먹지 않고 식물을 채취해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그는 자연, 환경과 밀접한 사람이다.
“인간이 지구를 너무 못살게 굴어서 요즘 벌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의 노랫말 주제는 늘 사랑입니다.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1988년작 ‘코뿔소’는 1980년대 TV 휴먼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강원도의 미스터 코뿔소’에 관한 곡이었다고. 가수 이장희의 동생인 이승희 음악감독(2000년 별세)이 만든 초안에 한영애가 ‘힝힝!’ 하고 ‘콧바람’을 불어넣었다. ‘코뿔손 넘어지지 않아!’를 반복하던 노래는 말미에 “언제인가 코뿔소가 누운 날/사람들은 ‘코뿔소가 누웠구나’ 그냥 그러겠지” 하는 반전을 담았다.
“가수 한영애 한 명 없어진다고 세상 안 굴러가나, 그런 얘기를 한 줄 넣은 거죠.”
그는 4월 15,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오랜만에 단독 콘서트도 연다.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 연기된 공연에 다시 도전한다.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달려보렵니다. 갈수록 무대가 좋아져요. 그 무엇보다 더 큰 행복을 저에게 줍니다. 우선 경록절을 통해 화면으로라도 뵙게 돼 모두들 반가워요. 노래와 함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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