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기에 대폭 늘었던 공기업 정규직 채용 인원이 최근 2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현 정부 말기에 양질의 공기업 일자리가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반면 공기업 상임 임원 수는 같은 기간 2배로 늘어 정권 말 ‘낙하산 인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공공기관은 현 정부 출범 뒤 5년간 친정부, 친여당 인사를 60명 넘게 임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기업분석 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 등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 35곳이 지난해 채용한 일반 정규직은 5917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1만1238명)에 비해 47.3% 줄었다. 조사 대상 중 3분의 2가량인 23곳이 채용을 줄였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관광, 교통 분야 공기업이 채용을 크게 줄였다. 한국마사회는 2019년 41명을 채용했지만 지난해에는 채용이 없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같은 기간 58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149명에서 70명으로 축소했다.
매년 1000명 이상을 채용했던 공기업의 채용도 급감했다. 한국철도공사는 2019년 3964명에서 지난해 64% 급감한 1426명으로 줄였다. 한국전력공사는 같은 기간 1772명에서 1047명으로 감축했다. 지난해 땅 투기 논란을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2019년 664명을 채용했지만 지난해에는 40분의 1 수준인 17명을 선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공공 서비스요금 억제 등으로 공기업 경영실적이 나빠진 영향으로 분석한다. 정부 출범 초기에 무리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채용 여력이 줄었다는 지적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공기업들이 최근 수익을 못 내니 직원을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한다”라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돼 인원을 뽑을 유인이 줄어든 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정규직 채용은 급감했지만 상임 임원 신규 채용은 약 2배로 늘었다. 2019년 45명에서 지난해 91명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임기 말 임기가 보장된 상임 임원을 확대하며 친정부 인사를 챙겨주는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 공공기관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 공공기관 8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올 1월 말까지 약 5년간 이 기관들에 임명된 친정부, 친여당 성향의 ‘낙하산 인사’는 63명이었다. 유관 관련 경력이 부족한 이른바 ‘캠코더’(대선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이들은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으로 임명됐다.
금융 공공기관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의 낙하산 인사가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보증기금, KDB산업은행이 각각 9명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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