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삶 살다가, 100여명에 ‘희망’ 주고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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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뇌손상 60대 김정애씨, 폐-간 등 인체조직 기증 뒤 하늘로
서산서 2009년부터 방범대 활동… 목욕봉사-장애인 활동 등 지원해와

10년 넘게 지역사회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 앞장섰던 주부 김정애 씨(60·사진)가 100여 명에게 장기와 인체 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 씨가 지난달 29일 경기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폐, 간, 양측 안구, 좌우 신장을 6명에게 기증한 뒤 숨졌다고 9일 밝혔다. 김 씨는 인체 조직도 기증해 피부, 뼈, 인대 등이 필요한 100여 명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지난달 6일 갑작스러운 사고로 저산소성 뇌손상 진단을 받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씨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남편의 고향인 충남 서산시로 이사했다. 낯선 지역에서 김 씨는 두 아들을 키워내며 지역사회 방범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봉사활동에 관심을 쏟았다. 두 아들이 모두 성년이 된 이후부터는 고령층 목욕봉사, 장애인 활동 지원, 지역 순찰 등 더 많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김 씨가 이웃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2009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집계된 그의 봉사활동 시간만 491시간에 이른다. 김 씨의 장남 이길형 씨(37)는 “어머니는 당뇨병을 심하게 앓아 건강이 안 좋으셨는데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이웃을 도우셨다”고 회상했다.

김 씨 가족 중 처음 장기기증 제도를 알린 것은 장남 이 씨였다. 이 씨가 처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 김 씨는 임신 8개월 만에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들의 뜻에 반대했다. 가족들이 ‘누군가의 몸이 되는 건 더 값진 죽음’이라고 몇 년간 설득하자 김 씨는 결국 아들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이어 김 씨의 둘째 아들과 남편도 올해 연이어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김 씨는 따로 장기기증 서약을 하지는 않았으나 가족들의 동의로 장기기증이 이루어졌다.

이 씨는 “어머니의 장기를 기증받은 환자분들이 거부반응 없이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준 어머니가 좋은 곳에서 행복하시길, 또 어머니가 실천한 온전한 나눔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기증#김정애#방범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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