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건배달’의 역습… 배달비 줄줄이 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03시 00분


라이더 수요 폭증에 배달비 상승… 할인 끝나 자영업자 부담 더 커져
업소 건당 배달비 2000원 올라… 소비자들 ‘공동구매’로 맞대응
‘배달끊기 챌린지’ 나서기도… ‘시장 장악 뒤 가격인상’ 폐혜 지적

서울시내에서 한 배달노동자가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에서 한 배달노동자가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학생 이지민 씨(23)는 ‘배달음식 공동구매’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근처 자취생, 기숙사생들이 모여 한번에 음식을 시킨다. 배달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닉네임을 ‘북문’, ‘쪽문’, ‘동문’ 등으로 설정하고 해당 위치를 기준으로 잡아 배달을 진행한다. 이 씨는 “자주 시켜 먹던 식당들에서 최근 들어 ‘배달료와 음식값을 인상하겠다’는 공지가 심심찮게 올라온다”고 했다.
○ ‘단건배달’ 출혈경쟁이 배달비 인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이용이 크게 늘면서 배달비 부담도 덩달아 늘어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소비자들도 ‘배달 공구(공동구매)’, ‘배달 끊기 챌린지’ 등 대안 찾기에 나설 정도다.

업계에선 배달비가 갈수록 높아지는 배경으로 ‘단건배달’(주문 1건당 한 곳만 배달)을 꼽는다. 2019년 쿠팡이츠가 도입했고,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음식이 빨리 오는 단건배달이 인기를 끌면서 라이더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고,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배달은 한 번에 여러 집 배송이 가능한 묶음배달에 비해 배달할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라이더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에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라이더들에게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그나마 그동안은 플랫폼사들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할인이 종료되면서 배달비 부담이 한꺼번에 커진 것이다.

플랫폼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라이더들을 흡수하자 묶음배송을 주력으로 처리하는 배달대행업체들도 라이더 확보를 위해 덩달아 배달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3300원이었던 수도권 기본 배달대행료는 올해 초에는 4400원으로 30%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 저가로 고객 모은 뒤 인상…플랫폼 과점의 폐해 지적도
최근의 배달비 인상은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나타나는 폐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단건배달 도입 당시 기존 서비스에 비해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높게 책정했다. 다만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할인 프로모션을 계속 연장해 가면서 낮은 비용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해 왔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이달 초부터(서울 지역 한정) 프로모션을 중단했고, 배달의민족도 다음 달 22일 할인을 종료할 예정이다.

단건배달을 이용하는 업주들은 지금까지 수수료 1000원을 플랫폼에 내고, 배달비 최대 5000원을 소비자와 나눠서 지불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수수료율과 배달비 지불 기준이 각기 다른 3, 4가지 요금제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비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에서 단건배달을 이용하는 자영업자가 2만 원어치를 팔 경우 현재는 중개수수료와 배달비가 최대 6000원이지만 앞으로는 최대 8000원(기본형 기준) 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

앞으로도 배달비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라이더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결국 더 높은 배달료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라며 “단건배달이 계속되면 출혈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건배달#배달비#인상#라이더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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