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공무원에게 사적인 업무를 시켰다는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김 씨는 “공직자 배우자로서 공사 구분을 분명히 못해 사과드린다”며 “수사와 감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8분간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은 논란이 촉발된 지 12일 만이고, 2일 서면 입장문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김 씨 관련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7급 공무원 A 씨가 5급 공무원 배모 씨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내용은 김 씨의 음식 배달, 약 대리 처방, 관용차의 사적 이용 등 전방위에 걸쳐 있다. 게다가 개인카드를 법인카드로 ‘바꿔치기’한 공금 유용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를 뒷받침하는 배 씨와 A 씨의 대화 녹취록도 상세하게 공개됐다. 그런데도 김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수사와 감사에 협조하겠다”는 몇 마디로 피해갔다. 과연 김 씨가 배 씨에게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는지, 지시도 없었는데 배 씨가 A 씨에게 김 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시킨 것인지 의문만 남았다. 이러니 A 씨가 “사과의 진정성이 없었다”고 비판한 것 아니겠는가.
사태 초반부터 민주당의 대응은 갈팡질팡했다. 제기된 의혹마다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더니 황당한 해명으로 되레 반감을 키우기도 했다. 송영길 대표는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준다”고 했다. 그러나 대리 처방을 일반 의약품 수령과 비교한 것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선대위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A 씨에 대해 “부당한 일을 시키면 그만두면 될 텐데 왜 다녔냐”라며 엉뚱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런 억지 대응에 역풍이 불자 뒤늦게 김 씨가 직접 사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경기도의 감사와 검찰·경찰의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감사와 수사가 제대로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진상 규명이 미뤄질수록 잠시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커질 것이다. 김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 부인과 가족도 무한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번 사과 한 차례로 논란이 끝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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