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큰 경기 유독 강해 ‘멘털 갑’ 별명… 예민했던 ‘날 세팅’ 완벽하게 보정
괴롭혔던 골반통증도 재활로 잡아
34초대 시즌기록 경쟁자에 뒤져도, 올림픽 맞춰 담금질 자신감 충만
‘흔들린 무게 중심을 찾았다.’
12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하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간판 차민규(29·의정부시청·사진)가 2018 평창 대회 은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이미 후배 김민석(23·성남시청)이 1500m에서 2연속 동메달을 따내 대표팀 분위기는 한껏 고무돼 있다. 베이징으로 향하기 전 컨디션을 80∼90%로 끌어올린 차민규는 평창 때 보여준 폭발력을 되새기고 있다.
차민규는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에서 11위에 머물러 있지만 올림픽에 맞춰 몸을 만든 만큼 메달권 진입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4차례 8번 레이스)에서 드러난 남자 500m의 구도는 상향 평준화된 ‘춘추전국시대’다. 캐나다의 로랑 뒤브레유가 포인트 420점을 받아 랭킹 1위다. 일본 선수들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모리시게 와타루를 필두로 신하마 다쓰야, 무라카미 유마가 랭킹 2∼4위를 점했다. 월드컵 2차 대회까지는 신하마가 강세를 보였지만 3차 대회부터 모리시게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모리시게는 3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4초09(2위)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뒤 2차 레이스에서 33초99로 기록을 갈아 치우며 1위에 올랐다. 무라카미도 4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3초대(33초89)에 진입했다. 중국의 자존심 가오팅위도 이번 시즌 3차례나 33초대 기록을 냈다. 올림픽 직전 월드컵 4차 대회에서는 33초87로 뒤브레유에 불과 0.09초 차로 2위를 기록했다.
이번 올림픽 500m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 이번 시즌 33초대 기록은 5명이 갖고 있다. 차민규의 기록은 34초33. 하지만 상위 랭커 대부분이 최고의 빙질로 기록이 잘 나오는 캐나다 캘거리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오벌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12일 당일에는 34초 언저리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차민규는 베이징으로 오기 직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창 때처럼 ‘차민규’답게 탈 수 있겠다는 느낌이 온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차민규는 이번 시즌 발목을 잡았던 스케이트 날 세팅도 올림픽 직전 완벽하게 보정해 불안감을 지웠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은 “민규가 스케이트 날에 상당히 예민했는데 해결이 잘됐다. 스케이트 로그(날을 둥글게 깎는 것), 벤딩(날을 휘는 것) 세팅 고민 등 악재가 사라졌기 때문에 자신감 있는 레이스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즌 도중 찾아온 골반 통증도 재활과 코어 훈련으로 확실하게 잡아 100m 진입 후 코너 구간 킥 보강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었다. 9초 5, 6대에 100m 진입만 된다면 코너링과 중·후반부의 강점을 살려 평창 때 세운 34초42를 넘어 자신의 최고 기록 34초03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형호 코치는 11일 “골반은 이제 아무 문제가 없다. 100% 컨디션으로 봐도 된다”며 선전을 기대했다. 큰 경기에 강하다고 해서 ‘멘털 갑’으로 불리는 차민규는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이날 40분간의 적응 훈련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선수들의 스케이팅을 지켜보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러고는 스타트 점검으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랭킹 8위로 시즌 최고기록이 34초18인 김준호(27·강원도청)도 다크호스로 차민규와 함께 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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