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베이징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단체전 2차전. 한국이 5-6으로 뒤진 채 9엔드를 시작했다. 엔드 초반만 해도 비기기 전략으로 10엔드에서 유리한 ‘후공’을 가져가려는 한국과 1점만 내주고 후공으로 10엔드를 맞으려는 영국의 두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9엔드를 후공으로 시작한 한국이 하우스(과녁) 중심에 있는 빨간 원 쪽으로 첫 번째 돌을 밀어 넣자 이 돌을 그대로 남겨 두려 영국은 이보다 하우스 바깥쪽에 있는 흰색 원에 돌을 쌓으며 가드(벽)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의 서드 김경애가 굴린 6번째 돌에 이 방어벽은 균열이 생겼다. 이어 한국 스킵(주장) 김은정이 굴린 7번째 돌에 완전히 무너졌다.
김은정의 마지막 샷을 앞두고 하우스 안에 한국 돌이 4개, 영국 돌이 3개가 있었다. 영국 돌 3개 중 1개가 하우스 중앙과 가장 가까이 있었고 그 뒤로 한국 돌 4개가 포진했다. 김은정의 마지막 돌이 하우스 가운데 있던 영국 돌을 깔끔하게 밀어내면서 한국이 한 번에 4점을 냈다.
김선영(리드), 김초희(세컨드), 김경애, 김은정, 김영미(예비·이상 강릉시청)로 구성된 한국이 영국을 9-7로 제치고 대회 첫 승을 거뒀다. 10일 세계 최강 캐나다를 맞아 7-12로 패한 한국은 컬링 종주국인 영국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1승 1패를 기록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캐나다와 영국을 포함해 10개국이 라운드 로빈(참가 팀 간 1경기씩 치르는) 방식으로 예선을 치른 뒤 4강 토너먼트를 통해 최종 메달 색을 가린다.
한국의 이날 승리는 국민들에게 ‘평창의 영광’을 떠올리게 해 관심을 끌었다. 2018 평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여자 컬링은 당시 ‘안경 선배’ 김은정이 세컨드였던 김영미를 “영미∼”라고 부르며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어 ‘국민 스포츠’가 됐다.
한국은 이날 경기장의 ‘빙질’에 완벽히 적응한 플레이를 펼쳤다. 팀 이름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위치를 갖는 스킵 간 대결에서 한국은 완승을 거뒀다. 김은정의 이날 샷 정확성은 높은 난도의 샷을 구사하면서도 정확도 78%를 기록했다. 반면 영국의 주장 이브 뮤어헤드의 샷 정확도는 50%였다. 전날 2경기를 치르며 경기장 빙질에 적응했고 최근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8-2로 대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아쉬울 만했다.
한국이 5-4로 앞선 8엔드 마지막, 호그라인(hog line·돌을 놔야 하는 지점)을 넘는 치명적인 실책으로 영국에 2점을 헌납했던 김은정은 9엔드 마지막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빅 샷’을 완성했다. 김선영은 “호그라인 파울은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오늘 우리 모두 잔실수들을 했기에 서로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다만 이 파울을 하면 밥을 사기로 약속했었다. 강릉 가서 회랑 막국수를 얻어먹으면 된다”며 웃었다.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둔 한국은 12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3차전을 치른다. ROC는 미국, 스위스에 패하며 2패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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