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트렌드에서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 IRP, 개인연금,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보험’을 키워드로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해마다 사람들의 관심이 연말연초에 급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래프 참조). 연금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금융회사의 광고도 이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과세이연·저율과세 장점 지닌 연금
연금상품은 장점이 많다.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납부하면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이 크다. 두 계좌를 합해 연간 700만 원을 납부하면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돈이 115만5000원이나 된다(총급여액 5500만 원 이하·표 참조). 연금 계좌의 장점은 또 있다. 과세이연과 저율과세다. 연금저축이나 IRP 가입자는 적립금 운용으로 얻은 이자 또는 배당에 대한 세금을 소득이 발생하는 즉시 내는 게 아니라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납부하는데, 이것이 과세이연이다. 이렇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자금을 장기간 운용하면 그만큼 복리 효과가 커진다. 또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면 세율이 매우 낮다. 현재 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은 15.4%인 데 비해 연금소득세율은 3.3~5.5%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런 과세이연과 저율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근로자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유인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장점을 지녔음에도 대다수 사람이 연금 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은행에 20년간 재직했던 필자 역시 이런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은행 선배의 권유로 연금저축보험을 들었으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그냥’ 가입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투자에 대해 다양하게 공부하고서야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한 자산배분 투자 방법을 다룬 ‘마법의 돈 굴리기’(2017)를 펴낼 수 있었다. 책을 쓴 후에는 독자들로부터 쇄도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다양한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17년 7월부터 IRP 가입 대상이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됐다. 또한 2017년 11월부터 증권사 연금저축계좌(연금저축펀드)에서도 ETF 거래가 본격화됐다. 이에 독자들로부터 “연금 계좌에서 ETF 자산배분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게 됐고, 그 덕분에 연금제도에 관해 상세하게 공부해 연금 계좌들을 이용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계좌들의 절세 효과로 얻는 추가 수익이 연 1%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을 아끼기만 해도 1%가량 추가 수익이 생긴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연금 계좌를 활용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주택 매입 때문이다. 주택 매입에 워낙 큰돈이 들어가니 연금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연금은 중간에 찾지도 못하고 묶여 있는 돈이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이런 인식 역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주택 매입 시점에 연금 계좌의 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본인 명의 주택 매입 시 담보대출 가능 IRP
우선은 연간 납부 한도인 1800만 원을 채워넣는다. 앞서 언급한 연금저축과 IRP에 납부하는 700만 원은 세액공제 대상이다. 따라서 세액공제를 받은 부분을 중도 인출하면 페널티가 있다. 인출 금액 가운데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 수익에 대해 16.5%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토해내야 되니 손해다.
하지만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부금은 중도에 페널티 없이 인출이 가능하다. 연간 납부 한도인 1800만 원을 채워넣으면 그중 700만 원은 세액공제를 받고 나머지 1100만 원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 1100만 원은 언제든 세금 없이 인출이 가능하다. 주택 마련 자금을 연간 1100만 원씩 모은다고 했을 때 은행에 예금하면 이자도 낮지만 그 이자에 대해 15.4% 세금까지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돈을 연금저축 또는 IRP에 넣으면 이자나 수익에 대해 과세이연 및 저율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훨씬 유리하다.
두 번째는 연금저축의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이다. 연금저축 계좌에 있는 자금은 60%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택 매입 자금이 모자랄 때 활용할 수 있다. 2월 현재 대출금리가 연 3.2% 전후이니 금리가 나쁘지도 않다. 다만 연금저축 계좌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ETF에 투자한 돈은 담보가 되지 않으므로 펀드상품을 이용해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IRP는 “무주택자인 가입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담보대출(적립금의 50%)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도 인출도 되지만 기타소득세(16.5%)가 발생하니 가급적 중도 인출보다 담보대출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회사에서 납부해주는 퇴직연금(DB, DC)도 주택 매입 시 담보대출(적립금의 50%)이 가능하다.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주택 마련에 모든 자산을 쏟아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일을 하지 못하는 노후에도 생활비는 필요하다. 연금 계좌를 깨서 집을 사기보다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자금은 남겨두고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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