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가 13일 “한국에서 진행 중인 비호감 후보들의 선거에 부인들도 끌려들어갔다”며 “한국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역겹다(most distasteful)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추문과 말싸움, 모욕으로 점철된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했다. 미, 영 유력 매체들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달되고 있는 우리의 민낯이다.
선데이타임스는 “한국은 케이팝, 오스카상 수상, 드라마 ‘오징어게임’까지 전 세계를 강타한 문화 수출국이지만 지금 서울에서는 영화 ‘기생충’보다 더 생생하게 엘리트들의 추잡한 면모를 보여주는 쇼가 벌어지고 있다”고 썼다. 이 매체는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경력 과장 논란 및 무속 의혹 등을 거론하며 후보 본인뿐 아니라 부인들도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국내외 사안에 대한 토론 대신 부패와 부정, 샤머니즘, 언론인에 대한 위협과 속임수가 선거를 집어삼켰다”고 지적했다.
WP 기사에도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의혹과 장남의 불법 도박 혐의, 윤 후보의 침술사(무속인) 연루 의혹과 부인 김 씨의 미투 관련 발언 등이 언급됐다. WP는 실질적인 정책 논의 대신 탈모 치료 지원, 흡연자 권리 확대(흡연구역 확충)처럼 인기에 편승한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 대선이 얼마나 난장(亂場) 수준이면 외국 언론이 “역겹다”는 표현까지 쓰며 혹독한 평가를 내놓겠나. 씁쓸하기 짝이 없다. 유력 후보들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배우자 등이 연루된 의혹까지 돌아가며 쏟아지는 바람에 “누구 스캔들이 더 악성이냐”를 놓고 다투는 대선이 되고 말았다.
오늘부터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지만 이런 암울한 상황이 개선될지 의문이다. 남은 대선 기간 유력 후보들은 더욱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지만 자신들의 의혹을 덮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더 노골적으로 네거티브 공방에 나설 공산이 크다. 추가 의혹들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를 강타한 문화 수출국일 뿐 아니라 경제, 스포츠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거치며 정치 위상과 국격(國格)은 더 하락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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