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병 1사단 5연대는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혈전을 벌인 연대다. 태평양전쟁에서는 과달카날, 펠렐리우, 오키나와에서 싸웠다. 5연대 소속으로 펠렐리우와 오키나와 전투에 종군했던 유진 슬레지는 ‘태평양전쟁’이란 귀중한 회고록을 남겼다.
이 회고록에 홀데인 대위라는 중대장이 등장한다. 모든 중대원들이 ‘선장’이라고 부르며 그를 존경했다. 슬레지는 중대본부에 갔다가 홀데인이 포병대에 중대 참호 앞으로 10여 발의 포격을 요청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포병장교는 왜 이유 없이 포격을 하느냐고 물었다. 홀데인은 “중대장이 항상 병사들의 안전에 지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중대원들은 모두 감동한다. 바쁜 와중에도 중대원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고, 개개인의 사정을 듣고,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대장. 생존한 장교들도 그가 최고의 중대장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안타깝게도 그는 펠렐리우 전투 종결을 코앞에 두고 전사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 대대에는 한국군으로 구성된 중대가 있었는데, 그 중대장이 구필 대위였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종군한 그는 전투 경력 10년의 베테랑이었다. 프랑스 대대에서도 최고참 중대장으로 장교들도 그를 존경했다. 한국 병사들에겐 거의 신이었다고 한다.
중공군과 벌인 첫 전투에서 모두가 미심쩍어하는 한국 병사들을 훌륭한 병사들이라고 추천하여 전투에 투입하고, 이후로 프랑스 병사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싸울 수 있게 한 사람이 구필이었다. 구필은 단장의 능선에서 박격포에 전사했다. 생존한 부대원들이 모두 최고의 중대장이었다고 칭찬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병사들을 존중하고 친절하며, 그들을 자신의 출세나 영광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고, 중대장으로서 자신이 대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천한다. 우리에겐 이런 리더가 없을까? 아니다. 넘쳐난다. 신의 축복을 받았는지 정말 넘쳐난다. 선거 때만 되면 모두 이런 리더가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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