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흑인여성 첫 빙속메달 주인공에 인라인서 종목 바꿔 평창 24위
폭발적 질주로 새 ‘단거리 여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 새 ‘단거리 여제’가 탄생했다.
미국의 에린 잭슨(30·사진)이 13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04로 금메달을 차지하며 흑인 여성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메달 주인공이 됐다. 흑인 남성으로는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대회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샤니 데이비스(미국)가 있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4차례 1위를 했던 잭슨은 기대를 뛰어넘는 벼락같은 질주로 이상화-고다이라 나오(36·일본)로 이어진 단거리 왕관을 넘겨받았다. 시즌 월드컵 순위 44위 다카기 미호(일본·2위)와 42위인 바네사 헤어초크(오스트리아·4위)가 예상을 뒤엎고 37초18, 37초28로 선두권에 올라 심리적 압박을 크게 받을 만했지만 잭슨은 거침없었다. 100m를 10초33(2위)으로 통과한 잭슨은 코너 구간에서 흐트러짐 없이 얼음 마찰력을 강하게 이겨내며 첫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중계 해설을 하던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은 “코너에서 다리가 안 보인다”며 괴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적 같은 스토리 라인이 왕관을 더 빛나게 한다. 인라인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잭슨이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건 6년도 안 됐다. 2016년 9월 처음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판에서 뒤뚱뒤뚱 걸었다. 그나마 인라인을 타던 습관으로 어설프게 코너를 돌았던 잭슨은 1년 5개월 만에 평창 대회 500m에서 24위를 했고, 4년 만에 세계 여자 단거리를 평정한 것이다.
평창 대회에서 이상화와 명승부를 벌이면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 고다이라는 38초09(17위)의 저조한 기록으로 쓸쓸히 퇴장을 했다. 이상화 KBS 해설위원은 중계를 하다 동병상련을 나눴던 라이벌이자 절친인 고다이라의 출발을 보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고다이라는 경기 후 이상화를 찾으며 한국말로 “상화?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오늘 안 좋았다”고 말해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평창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눈물을 흘리던 이상화를 안아주던 고다이라가 4년 후 이상화에게 위로를 받는 극진한 우정에 한일 누리꾼들은 ‘이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며 올림픽 정신’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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