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 닷새째를 맞이하면서 사측과 노조가 강 대 강으로 충돌하고 있다. 회사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노조의 자진 퇴거를 설득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노조는 14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를 지켜내기 위해 이번 주부터 끝장 투쟁에 돌입한다”며 “점거농성을 지속하며 15일부터는 파업 조합원들이 전원 상경해 무기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투쟁 수위를 보다 높일 것이란 예고다. 21일에는 현재 파업 중인 CJ대한통운 택배노조 외에 우정사업본부,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의 노조원들도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향후 대규모 집회도 연다는 계획이다.
일부 택배 노조원은 CJ대한통운 본사 사무실의 비품이나 개인 소지품 등을 무단으로 꺼내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본사를 점거한 택배노조원들이 실내 흡연을 하거나 마스크를 벗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겼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택배노조의 본사 점거 과정에서 폭행 등의 피해를 당한 CJ대한통운 임직원들은 개별적으로 노조원들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도 노조를 상대로 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그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부에선 택배노조원들의 본사 내 일탈행위가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 당장은 실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의 무단 점거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 노동조합은 이날 “(택배노조가) 본사에 불법 침입해 점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등 30여 명이 집단 폭행을 당했다. 피해를 입은 우리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노동조합은 육상 운송, 항만 하역, 물류센터 운영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CJ대한통운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8월 택배 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 장기대리점 소장의 아내 박모 씨도 “택배노조 집행부는 불법과 폭력을 즉시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총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노사 간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택배노조가 자진 퇴거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인근에 경찰을 배치했지만 당장 공권력 투입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CJ대한통운의 손실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택배노조가 지난해 12월 28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현재까지 일부 지역의 배송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을 하루 약 1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 이미지 손실에 따른 소비자 이탈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사가 거의 폐쇄되다시피 하면서 택배 외 글로벌 사업 및 신사업 부문에서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 실적이 택배노조 리스크로 인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서 CJ대한통운의 14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62%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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