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13일째인 16일에는 쇼트트랙 마지막 경기가 열린다. 7개 세부종목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은 남은 여자 1500m, 남자 5000m 계주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쇼트트랙이 올림픽에 도입된 1992 알베르빌 대회 이후 한국은 대회마다 최소 금메달 2개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여자 1500m에서는 2018 평창 금메달리스트 최민정(24·성남시청)이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가운데 이유빈(21·연세대)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8 평창 대회 당시 서현고 2학년으로 대표팀 막내였던 이유빈은 이번 대회 대표팀의 ‘히든 카드’다.
이유빈도 1500m는 자신감 넘치는 종목이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3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시즌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AP통신도 이유빈의 여자 1500m 우승 가능성을 점쳤다.
이유빈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오빠(이준서)를 따라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케이트라고 하기에 쇼트트랙이 아닌 피겨를 배우는 줄 알았다고 한다. 단거리 육상 선수였던 아버지와 허들 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포츠 유전자는 타고 났다. 2017년 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개 종목 석권으로 종합 1위에 오르며 두각을 드러냈다. 성인 대표팀 데뷔 시즌에 평창 올림픽을 경험하며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계주 준결선 도중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마음을 모아 끝내 최정상에 섰다. 평창에서는 계주만 뛰었다.
대표 선발전 1위 심석희(25)가 자격정지 징계로 이탈하면서 대신 개인전에 출전하게 된 이유빈은 베이징에서 점점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첫 개인종목 500m에서는 26위에 그쳤지만 1000m에서는 파이널B에 오른 끝에 6위를 했다. 13일 여자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날개를 달았다.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대회 초반에는 컨디션이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경기가 계속될수록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며 “이유빈은 레이스 초반 앞쪽으로 치고 나와서 경기를 직접 끌고 나가는 데 강점이 있는 선수다. 체격이 큰 유럽 선수를 추월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서 직접 경기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유빈은 16일 캐나다의 킴 부탱(28) 등과 1500m 준준결선 5조에 포함됐다.
대학교 3학년이 되는 이유빈은 또래들처럼 이것저것 관심도 많다. 춤은 물론 폴 댄스도 취미로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팬 ‘아미’인 이유빈은 리더 RM이 인스타그램에 여자 계주 은메달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을 인용하며 “올림픽 너무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종목 더 재밌고 멋있게 타볼게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월드컵 당시 해군에서 복무 중인 오빠를 위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그가 베이징 시상대에서도 다시 한 번 같은 세리머니를 선보일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도 높다.
한편 같은 날 5000m 계주 결선을 치르는 남자 대표팀은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1500m에 이어 2관왕에 도전하는 황대헌은 “마지막에 함께 어깨동무하고 후련하게 ‘후회 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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