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의 경영자들은 오너십의 정당성을 지켜내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더 이상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닌 ‘기업의 목적’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맥킨지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가우탐 쿰라 맥킨지 아시아 총괄회장은 3, 4세 오너 경영자가 주요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상한 한국 경영계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지난해 7월 아시아 총괄회장직에 오른 쿰라 회장은 CEO 리더십 개발 전문가로서 맥킨지리더십연구소의 설립자이자 맥킨지 최고의사결정기구 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쿰라 회장은 “팬데믹 이후 세계 전역에서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닌 ‘왜 일하는가’가 새로운 질문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세대 CEO들은 고객이나 공급자뿐만 아니라 시민과 정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쿰라 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한국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컨설팅을 담당하는 등 한국 산업계를 경험할 기회가 많았다”며 “오너 일가가 이끄는 대기업들은 장기적인 비전, 빠른 의사결정, 폭넓은 관계망 등 장점이 많지만 그만큼 거버넌스 이슈 등 취약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너 경영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떻게 후세대를 자신만큼 열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리더로 양성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는 걸 느꼈다. 이는 가업의 장기 존속을 위해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맥킨지 연구 결과 차세대 오너들은 가업을 이을 당위성은 느끼고 있지만 자신감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후계자들의 3분의 2가 가업 경영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답했으나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자신감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쿰라 회장은 “3, 4세 젊은 경영자들이 CEO의 자리에 오를 때에는 실패의 가능성을 동반하는 무거운 책임감과 외부의 높은 기대감이 함께 온다. 따라서 겸손한 자세로 시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원들과 최대한 빨리 인간적인 단계까지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장기 생존을 위해 이들의 서로 다른 경영 관점을 이해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입지를 키우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재 운용과 관련한 조언도 나왔다. 쿰라 회장은 “Z세대는 단순한 보상보다 자신의 정체성과 표현의 자유, 노동의 궁극적인 목적에 민감하다”면서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의 경영자들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목적’에 대해 직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CEO들이 MZ세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문화와 스토리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직원들이 단순히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일하면서 인간적으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