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 등 긴밀 공조 필요한데
금감원 “개인정보법 위반 우려”… 금융위 “위법 아니란 해석 받아”
양기관 조사권한 주도권 다툼에 교묘해진 불공정거래 대응 미흡
주가 조작 같은 증시 불공정 거래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공동조사는 4년째 시작도 못 한 채 헛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공동조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금융위가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융당국 간 ‘밥그릇 다툼’에 불공정거래 감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조사국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공동조사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금감원이 공동조사를 위한 정보 공유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하자 금융위가 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쟁점이지만 공동조사를 둘러싼 두 기관의 영역 다툼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에 조사 권한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금감원이 개인정보 보호를 핑계 삼았고 금융위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공동조사는 2013년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명확한 규정이 없어 표류하다가 2019년 5월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으로 공동조사 결정권 등이 명시됐다. 공동조사 사건은 두 기관의 협의를 거쳐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장이 정하고 금감원장도 현장조사 등이 필요할 때 공동조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애플카 합작 이슈 직후 논란이 된 현대차 임원의 미공개 정보 의혹을 공동조사 1호 안건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감원이 정보 공유에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양 기관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동조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 자조단은 인력이 부족하고 금감원 조사국은 압수수색, 현장조사 같은 강제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본시장이 급성장하고 이에 따른 불공정거래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어 당국 간 공조가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017년 말 26조4954억 원에서 지난해 말 67조5307억 원으로 2.5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불공정거래 혐의로 금융위에 통보된 사건은 109건으로 미공개 정보 이용(77건)이 가장 많았고 이어 시세조종(13건), 부정거래(10건) 순이었다. 지난해 1∼9월 접수된 ‘주식 리딩방’ 민원과 피해는 2315건으로 2년 새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 투자자들이 늘고 불공정거래 양상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어 감독기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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