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하며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트럭 시위대’를 향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1988년 제정된 비상사태법에 의해 실제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34년 만에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는 14일 수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위험한 불법 행동을 방치할 수 없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원된 트럭을 모두 견인하고, 시위대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며, 온라인 자금 모금을 통해 시위대를 지원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도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겠다고 했다.
트뤼도 총리가 ‘칼’을 빼 든 이유는 시위로 인한 사회 혼란과 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잇는 교량이자 양국 교역의 30%를 담당하는 ‘앰배서더 다리’는 트럭 시위대의 점령으로 7일부터 13일까지 마비됐다. 이로 인해 디트로이트가 본거지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주요 자동차업체 또한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가동이 중단됐다. 캐나다 재무부는 시위로 인한 각종 손실이 하루 3억9000만 달러(약 468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자유의 호송대’를 자처하는 트럭 시위대는 정부의 백신 의무화 조치가 기본권과 시민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비상사태 선포가 시위대를 자극해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 총리는 “사회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비상사태법의 전신은 전시(戰時)특별법이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와 1970년 퀘벡의 분리주의 단체가 무장 봉기를 일으켰을 때 등 과거 세 차례 발동됐다. 1970년 당시 총리는 트뤼도 총리의 부친인 고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였다. AP통신은 부자(父子) 총리가 모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기록도 남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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