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022년 새해 첫날을 추가경정예산(추경) 촉구로 열었다. 지난달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올해분 방역 예산이 모두 소진된 상태라 추경은 불가피하다”고 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그분들의 피해 정도나 규모에 따라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도 반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일 607조7000억 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기존 예산안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는 부족하다”며 정부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나선 것.
1월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6·25전쟁의 한복판이던 1951년이 유일했다. 그런데도 여야가 71년 만의 1월 추경에 나선 건 지금 상황이 전시(戰時) 못지않게 어렵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 삶은 3년째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로 형언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방역 강화 조치로 인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 크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새해가 되면서 갑자기 커진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예산안을 편성하며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 코로나19 지원 예산을 더 많이 편성했어야 했다. 예산안이 처리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나선 건 정부와 여야가 자신들의 무능함과 무지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초유의 1월 추경 움직임을 두고 국회 내에서도 “‘정작 본예산을 편성할 때 여야는 뭐 했냐’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 건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여야는 온갖 필요성을 앞세우며 71년 만의 추경에 시동을 걸었지만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상 추경 통과의 데드라인으로 꼽혔던 14일에도 여야는 추경안 합의를 보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는 25일까지 열리지만 여야 의원들 모두 15일부터 시작된 대선 공식 선거운동에 매달리느라 국회에 없다. 그렇게 긴급하고 긴요하다던 추경이 이제 뒷전이 됐다.
이견을 보인 건 여야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민주당 역시 추경 액수를 놓고 답 없는 줄다리기만 계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과 관련해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지만 민주당과 기획재정부, 청와대는 “14조 원보다 더 늘리자” “늘릴 수 없다”며 신경전만 벌였다. 결국 ‘신속한 지원’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설령 추경이 3월 9일 대선 이후 처리된다 해도 국회 통과 절차 등을 감안하면 소상공인들에게 방역지원금이 지급되는 건 계절이 바뀐 4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은 자명하지만 추경을 둘러싼 요란했던 희망고문의 주역들에게 미안함과 책임감이라는 건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 뿌리 깊은 정치 불신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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