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에 꽂힌 MZ세대… 수입액 13년만에 상승세 ‘유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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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하이볼’용으로 인기… 홈술-홈바 문화 확산도 영향
작년 수입 32% 늘어 2099억 달해… 코로나 물류대란에 품귀 현상
16만원 ‘발베니’ 2시간만에 완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위스키 바는 저녁이면 ‘키핑’(맡김)해 놓은 위스키를 즐기러 온 2030 손님들로 가득 찬다. 칵테일 바나 와인 바를 찾던 젊은층이 최근 위스키 바로 몰리며 고객 연령대가 낮아졌다. 이곳을 운영하는 하모 씨(42)는 “싱글몰트 위스키(단일 증류소에서 맥아로만 만든 위스키)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라며 “키핑해 놓고 한두 잔씩 마시는 등 위스키를 커피 마시듯 자주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재 술’로 불리며 2000년대 후반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위스키 시장이 최근 뜨거워졌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고급 술’인 위스키에 꽂힌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물류난이 더해지면서 ‘위스키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 MZ세대 ‘하이볼’ 주류 문화 확산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1억7534만 달러(약 2099억 원)로 전년 대비 32.3% 늘었다. 위스키 수입액은 2008년 정점을 찍은 이후 10년 넘게 내리막을 걷다가 이번에 본격 반등한 것이다. 주류업계는 “코로나19로 업소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란 반응이다.

최근 위스키 소비를 이끄는 층은 단연 MZ세대이다. 블렌디드 위스키(여러 증류소의 위스키를 섞어 만든 제품)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 문화가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경험에 열광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위스키 중에서도 일본 산토리의 가쿠빈 위스키는 구하기 어려운 위스키로 꼽힌다. 700mL에 약 4만 원으로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데다 입문용 하이볼로 인기다. 위스키 애호가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산토리 가쿠빈 구입법 등을 묻는 글이 100개가량 올라와 있다.

대학생 김모 씨(22)는 “산토리 가쿠빈을 홈파티에서 마시려고 대형마트 여섯 곳을 다녔는데도 결국 못 구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저가 하이볼로 위스키에 입문한 뒤 조니워커와 발렌타인 등의 고가 블렌디드 위스키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 물류난에 위스키 수급난…‘위스키테크’까지
국내에선 수요가 많지 않았던 ‘발베니’ ‘맥캘란’ 등 싱글몰트 위스키 일부는 품절되기도 한다. 블렌디드 위스키가 대중적 이미지라면 싱글몰트 위스키는 애호가가 즐기는 이미지가 부각되며 더욱 인기다.

미국 서부 항만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영국의 주유 대란 등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대란도 위스키 품귀를 부추기고 있다. 위스키 수요가 폭증했지만 위스키 공급은 기존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수급난이 빚어진 것. 이원정 덕성여대 국제통상학전공 교수는 “물류 대란으로 운송비가 폭등하면서 해상 운송되는 위스키의 수급난이 빚어졌다”고 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니 ‘위스키 오픈런’과 ‘광클 구매’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롯데마트가 확보한 맥캘란 셰리오크 캐스크 18년산(36만 원)은 판매 후 며칠 만에 품절됐다. 이마트가 9일 판매한 발베니 14년산(16만 원)은 2시간 만에 완판됐다.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 언제든 높은 값에 되팔 수 있다 보니 ‘위스키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나온다.

‘홈바’ ‘홈술’이 유행하자 위스키업계는 ‘홈텐더’(홈+바텐더)를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디아지오코리아는 하이볼용 레시피를 선보였고, 골든블루는 가정용 스페셜 패키지를 내놓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위스키는 분위기 내며 한잔씩 즐기기에 적합한 주종”이라며 “젊은층의 보복소비에 ‘혼술’과 ‘홈술’ 문화가 더해져 위스키 시장이 부활했다”고 했다.

#위스키#mz세대#하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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