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 여성은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던 피의자의 흉기에 찔려 끝내 숨졌다. 최근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범죄 등으로 피해 여성과 그 가족이 살해되는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또다시 유사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피의자는 불과 이틀 전 특수협박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던 요주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영장 신청을 반려해 9시간 만에 풀려난 뒤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하지 못한 문제가 결국 인명 피해까지 불렀다.
검찰은 사건에 대한 안일한 판단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혐의 소명 부족이 이유였다지만 상황의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했었는지 의문이다. 용의자가 앙심을 품고 추가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사실상 이를 방치한 셈이다. 경찰 또한 피의자를 최대 한 달간 구금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하지 않았다. 상황을 ‘심각’ 단계로 분류하고도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에 그쳤다. 사건 현장에 출동해서는 곧바로 진입하지 못한 채 3분가량 헤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스토킹하던 여성이나 그 가족을 살해한 김병찬, 이석준 사건이 잇따르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현장대응 강화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스토킹처벌법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제도가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참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스토킹은 순식간에 신체적 폭력이나 강간, 살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다. 경찰의 철저하고 신속한 초동 조치가 절실하다. 피해자들의 신변보호 요청 건수는 해마다 늘어 현재 2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서류만 뒤적이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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