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유족 장학금으로 쓰일 돈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이 어제 사퇴했다. 그는 자신의 불찰을 언급하긴 했지만 “사람을 볼 줄 몰랐다”며 횡령 책임을 비리를 알린 한 광복회 전 직원에게 전가했다. 그 직원이 자신을 위해 돈을 빌려오겠다고 한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횡령 의혹을 뒤집어썼다는 것인데 사퇴하는 순간까지 남 탓하며 끝까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은 국회의사당에서 광복회가 운영하는 카페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횡령했다는 보훈처 감사 결과가 나오자 오히려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반박하고 나왔다. 일부 광복회원들이 회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요구했는데도 거부하다가 무허가 업소에서 6차례 안마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구체적 사용처가 속속 드러나자 돌연 임시총회 개최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마저 꼼수라는 내부 비판이 거세지면서 광복회 첫 ‘탄핵 회장’이 될 것이 분명해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퇴했다.
김 회장의 횡령 액수는 감사 결과 밝혀진 것만 6100만 원이다. 이와 별도로 김 회장 친척들이 임원으로 있었던 회사가 광복회관 사무실을 5개월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광복회장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도 따로 제기돼 있다. 보훈처가 “감사로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어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 만큼 수사가 진행되면 횡령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김 회장 때처럼 광복회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다. 광복회는 1965년 창립 이후 독립운동가들이 회장을 맡아왔다. 김 회장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회장을 맡기 시작한 ‘2세대 광복회’의 두 번째 회장이다. 김 회장은 부모의 독립운동 활동이 논란이 있는 데다 그 자신 권위주의 정권 시절 여당인 공화당과 민정당 당료로 오래 일한 이력이 있어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과격한 친일 매도를 무기 삼아 활동한 측면이 있다. 광복회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본래 취지에 맞게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복지 활동을 중심으로 한 조직이 되도록 광복회부터 힘써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