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유세버스에서 운전사와 선거운동원 등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강원 원주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운전사가 중태에 빠졌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그제 벌어진 일이다. 유세버스 외부의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틀기 위해 차량에 발전기를 설치했는데, 여기서 누출된 무색·무미·무취의 일산화탄소에 어이없는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LED 전광판과 발전기가 규정대로 설치, 운영됐는지 등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방식의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안전점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통 및 홍보 방식이 급속히 진화하는 요즘 시대에 어쩌다 이런 사고가 벌어졌는지, 선거운동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도 깊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엔 유세차, 확성기를 활용해 연설할 수 있고 홍보 음악도 활용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각 당과 후보들이 그동안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최첨단 선거운동 방식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듯하더니 정작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자 과거의 아날로그 선거운동 행태를 되풀이하던 와중에 이 같은 황당한 사고가 벌어진 것은 아닌가.
게다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9만 명에 달하는 위기까지 맞고 있다. 아직 오후 9시 이후 영업정지 지침은 유지되고 있고 사적 모임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대선이지만 자영업자들에겐 고통을 감수하라고 하면서 정치권은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릴수록 좋은 유세 방식에 매달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고, 다른 후보들도 어제 하루 율동 유세를 멈추고 로고송을 틀지 않는 등 선거운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기회에 ‘비대면’ 방식 위주로 유세 방식을 전환하는 것은 어떤가. 좀 더 다양하고 심도 깊은 양자, 다자간 TV토론을 활성화하고 뉴미디어 발달에 맞춰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사고가 유세 차량을 타고 돌아다니며 귀청이 떨어질 만큼 로고송을 틀어대고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요란한’ 선거운동 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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