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백기 든 英앤드루 왕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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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건 피해자와 전격 합의… “엡스타인과의 친분 후회” 성명
과거엔 “본 기억없다” 혐의 부인… 언론 “192억원에 구속위기 벗어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왼쪽 사진)와 지난해 그를 고소한 미국인 버지니아 주프레. 런던=AP 뉴시스·BBC 캡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왼쪽 사진)와 지난해 그를 고소한 미국인 버지니아 주프레. 런던=AP 뉴시스·BBC 캡처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62)가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청구한 피해자와 전격 합의했다. 왕자 측은 합의금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데일리미러는 피해자에게 직접 주는 돈이 1000만 파운드(약 160억 원), 성폭행 피해자 관련 단체에 내는 기부금이 200만 파운드(약 32억 원)로 총 1200만 파운드(약 192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미국 억만장자 겸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2001년 당시 10대였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39)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앤드루 왕자는 15일(현지 시간) 미 뉴욕 맨해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주프레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것을 후회한다”며 엡스타인이 오랫동안 수많은 어린 여성의 성을 착취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 “주프레와 다른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며 관련 단체에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합의금 액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성폭행 혐의에 대한 인정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과거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는 주프레가 소송을 걸자 “주프레를 본 기억이 없다. 그가 돈을 위해 소송을 걸었다”고 비난했다. 생전의 엡스타인이 주프레와 면책 합의를 했으므로 자신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또한 이 면책 합의에 어긋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영국 왕실이 자신의 군(軍) 직함과 ‘전하’ 호칭을 박탈할 정도로 영국에서조차 여론이 악화되고, 다음 달 주프레 측으로부터 반대 신문을 받는 날짜까지 확정되면서 천문학적 돈을 주고 구속 위기에서 빠져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엡스타인의 성폭행 피해자를 대변하는 리사 블룸 변호사는 이날 합의를 두고 “기념비적인 승리”라고 평했다.

주프레는 고소 당시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의 소개를 받아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수차례 성폭행했으며, 엡스타인의 옛 연인 길레인 맥스웰 또한 자신에게 왕자와 성관계를 하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권력과 연줄 등이 두려워 저항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엡스타인은 성폭력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9년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맥스웰은 지난해 12월 성매매 알선, 미성년자 성 착취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앤드루 왕자 측이 거액의 합의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텔레그래프 등은 그가 스위스에 소유한 별장을 매각하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또한 사유지에서 거둔 개인 수입을 일부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앤드루 왕자#미성년자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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