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공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가 틀린 보도를 했더라도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가 없었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고의적으로 잘못된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미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15일 공화당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7년 6월 NYT는 당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가 야구 연습 중 총격을 받아 다친 사건을 거론하며 2011년 개브리엘 기퍼즈 민주당 하원의원(애리조나)이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사례를 거론했다. 이어 “페일린 전 지사를 지지하는 단체가 낙선시켜야 한다고 지목한 민주당 지역구 20곳 중 기퍼즈 의원도 포함됐다”는 사설을 실었다.
NYT는 페일린 전 지사가 기퍼즈 총격 사건과 연관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다음 날 사설을 수정했다. 페일린 전 지사는 자신이 총격을 부추긴 것처럼 보이게 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실질적 악의’는 1964년 미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 등장한 표현이다. 당시 앨라배마주 공무원이 NYT의 정치 광고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자 대법원은 “공적 업무 비판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려면 실제 악의를 가졌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미 법원이 58년이 흐른 지금 NYT의 보도에 실질적 악의가 없었다고 다시 한번 판결함에 따라 언론 자유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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