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과 모스크바 회동… 아르헨티나 등에는 백신 우선제공
美 겨냥 남미국가들 ‘친러 세력화’… 유럽 턱밑 시리아에 전략폭격기
흑해 지배 위해 터키도 포섭 나서… FP “美의 영향력 차단 역할할것”
“러시아가 모스크바 중심의 세계 질서를 만들 수는 없지만 미국의 영향력을 좌절시킬 수는 있다.”
최근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전 세계를 향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이같이 분석했다. 최근 러시아가 중동 남미 등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의 권위주의 통치자를 보호하며 미국에 ‘힘’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다툼으로 바쁜 틈을 타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를 파고드는 모습이 뚜렷하다.
○ ‘침공 디데이’에 브라질 대통령 만난 푸틴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디데이로 지목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만났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시절 미국과 밀착했다. 인권, 기후변화 대책 등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에는 미국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모습이 뚜렷하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두 차례나 ‘러시아를 찾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전했다.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으로선 국제사회의 지지가 절실한 실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이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기 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남미 5개국에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선제적으로 판매하며 관계를 다졌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다. NYT는 “러시아의 특기는 국제무대에서 고립된 국가들에 대한 지원”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중남미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다툼’을 되살렸다”고 평했다.
러시아가 남미에 군사 기지를 운용해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달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처럼 미국을 겨냥한 군사 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유럽 턱밑 시리아·터키에도 손길
러시아는 15일 유럽의 턱밑인 중동 시리아에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22M’ 2대 등 최신 무기를 배치했다. TU-22M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킨잘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2011년 내전 발생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던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 재정 지원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로 이어지는 동지중해에 영향력을 확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조만간 정상회담을 갖겠다”고도 밝혔다. 에르도안 정권은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난으로 세계 각국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그동안 흑해 제해권을 놓고 경쟁하던 터키를 포섭해 우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인 터키와 협력해 나토 내분을 노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부근에서도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15일 “이달 1일 이후 일본해(동해)와 오호츠크해 남부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해군 함정 24척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병력과 호응하는 형태로 유라시아 대륙 동서에서도 러시아군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