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운전사 등 2명이 내부에서 사망한 국민의당 대선 유세용 버스는 관계기관 허가 없이 설비를 변경한 불법 개조 차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버스 측면에 설치된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때문에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국민의당 유세용 버스 18대 가운데 최소 3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 천안에서 운행하던 버스에선 운전사와 지역당 관계자 등 2명이 숨졌다. 강원 원주 버스에서도 운전사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서울에서도 운전사 1명이 메스꺼움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다른 운전사 사이에서도 두통 등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차량 개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유세 버스 LED 불법 개조
차량에 LED 전광판을 설치하려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의당 유세 버스는 모두 승인 없이 전광판을 부착했다. 이 경우 차량 소유주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불법 행위임을 인지한 채 차량을 운행했다면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천안 사고를 신고한 경남 창원 버스업체 관계자 A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운전사들이 버스 개조를 반대했는데 강행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안 후보 유세용 버스를 개조한 경기도 소재 B업체 관계자도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그렇게 따지면 모든 유세차가 불법”이라고 했다. 이 업체는 국민의당과 계약을 맺고 전세버스 18대를 유세용으로 개조한 뒤 전국에 배치했다.
경찰은 차량 하부 화물칸에 설치한 발전기에서 유출된 일산화탄소가 차량 내부로 유입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16일 사망자가 발생한 유세 버스에서 30분간 발전기를 돌리자 버스 내부에서 1500∼2250ppm의 고농도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통상 1600ppm인 곳에서 2시간가량 머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차량 내부에 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외부로 일산화탄소 등을 배출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유세 차량에는 배출 장치가 없었다.
또 차량 전체가 홍보물로 덮여 있어 승강구와 운전석 옆 창문을 제외하면 환기할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운전사 상당수가 환기가 안 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고 전했다.
○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 고지 없었다”
“사전에 안전 교육이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 유세용 버스를 운전한 C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전 안내는 전혀 없었고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차량 정차 시 환기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B업체 관계자는 “발전기에서 매연이 많이 나온다는 점과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점 등을 운행에 앞서 10일부터 3일 동안 운전사들에게 알렸다”고 반박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판단을 위한 조사에 나섰다. 운전사 등 피해자들이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 판단되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 방식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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