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선 뒤까지 3주 방역완화’ 검토… “지금 풀면 하루 27만명 확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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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확산]
하루 확진자 연이틀 9만명 넘어… 정부 “상황 급변, 정점 예측못해”
100만명당 하루 확진 1060명 달해
美-英-日보다 확산세 심각해져… 金총리 “협조해주신 국민께 죄송”

그래픽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그래픽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6일 9만 명을 넘어섰다. 엿새 연속 5만 명대를 유지하다 하루 만에 3만 명 이상 폭증했다. 17일 발표될 신규 확진자 역시 9만 명 이상으로 잠정 집계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이번 유행의 정점이 언제일지, 어떤 규모가 될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9만443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일주일 전인 9일(4만9549명)의 1.8배, 2주 전인 2일(2만268명)의 4.5배다. 16일 현재 재택치료자는 26만6040명으로, 1일(8만2860명)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해외 주요국을 넘어섰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4일 기준)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60명으로, 방역을 대폭 완화한 영국(1018명)보다 많다. 이 수치는 일본(682명)의 약 1.6배, 미국(456명)의 약 2.3배 수준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9만 명대 확진자 발생에 대해 “그동안 협조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문제는 아직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모임 인원 6명, 영업시간 오후 9시인 현행 거리 두기를 21일부터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7일 정부가 예상했던 코로나19 정점 수치(2월 말 하루 13만∼17만 명)보다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이날 “고령층 등 유행 상황이 급변해 3월 이후 상황과 정점 도달 시점, 규모를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내일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 2주 단위 적용하다가 3주짜리 고심
정부측 “대선직전엔 조정 쉽지 않아”… 경제부처는 “밤12시 영업 허용해야”
일각선 “위드코로나 악몽 재연 우려”… “더이상 거리두기 의미 없어” 반론도


정부가 ‘사적 모임 6명, 영업제한 오후 9시’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를 21일부터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번 2주 단위로 거리 두기 방침을 적용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통령 선거일(3월 9일) 이후까지 3주 동안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의료계에선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된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 3주짜리 방역 완화안 검토

정부는 20일 종료되는 현행 거리 두기를 ‘사적 모임 8명, 영업제한 오후 10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선을 고려해 21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3주 동안 새 거리 두기를 적용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통상 방역 개편안을 2주씩 적용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선 직전에 거리 두기를 조정하는 건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아 3주짜리 방역 완화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돼 확진자 수가 급증한 이후 줄곧 방역 강화를 유지하다가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을 밤 12시까지로 풀자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8일 거리 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 “지난해 11월 실수 반복 말아야”

방역 전문가들도 ‘거리 두기 완화’라는 방향성에는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다. 정부가 오미크론 유행 초기에는 방역을 강화하다가 정작 위기가 가장 고조된 현 시점에 방역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할 때 급진적인 방역 완화를 단행했다. 당시 전국 4명이던 사적 모임 제한을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으로 늘렸다. 영업시간 제한은 폐지했다. 그 결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병상 대란이 벌어졌다. 300명대였던 중환자 수가 지난해 12월 29일 최대 1151명까지 늘어나면서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한 채 숨지는 코로나19 환자가 생겼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조바심이 난 것인지 지난해 11월 위드 코로나 때의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며 “영업시간 제한만은 좀 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정점에 달했을 때 확진자 수가 기존 예측에 비해 10∼2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정 교수는 3월 중 23만 명을 이번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으로 봤다. 거리 두기 완화에 따라 하루 확진자 수가 최대 27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
뉴시스
정부의 방역 완화 움직임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 씨(61)는 “하루 9만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데 더 이상은 거리 두기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반면 취업준비생 김모 씨(27)는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방역지침이 완화되면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15일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시점에 방역 완화를 검토하는 것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16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대선 후보 유세를 지켜보던 김모 씨(76)는 “유세 현장을 보니 밀집해서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 침방울이 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확진자#코로나바이러스#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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