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까지 가장 흥했던 포구, 외항 등 생기며 ‘쇠락의 길’ 걸어
흉물스러운 옛 수협창고 리모델링, 수제맥주 제조시설-시음장 설치
스타트업 강연-문화행사도 진행
한때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돈이 넘쳐나던 항구”라는 우스갯소리는 과거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아무도 이곳에서 생선을 잡지 않는다. 전북 군산시 금암동의 죽성포, 일명 ‘째보선창(船艙)’의 이야기다.
째보선창은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군산의 크고 작은 포구 가운데서도 가장 흥했던 곳이다. 고깃배가 가득했고 고기잡이로 먹고사는 사람들로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1970년대 외항 등이 생기면서 그 원형과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시장, 선박 엔진 수리공장, 철물점, 여관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잃은 채 쇠락의 길을 걷던 째보선창이 도시재생사업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군산시는 째보선창∼신영시장 일대에 올해까지 총 262억 원을 들여 옛 수협창고를 리모델링하고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한편 마을기업을 통한 소득 창출 사업을 벌이는 ‘중앙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중심은 ‘군산 째보스토리 1899’다. 흉물스러운 옛 수협창고를 리모델링한 군산 째보스토리1899는 123년 전인 1899년 군산이 개항한 때부터 째보선창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1층은 수제맥주 제조 시설 및 시음 판매장(비어포트)이 들어서 있다. 전북도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원이 위탁 운영하는 2, 3층은 6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강연과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선창의 과거 명성을 되찾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지역민의 소득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은 경작지의 90%가 논이어서 주민들은 주로 쌀과 보리를 재배한다. 2012년 이후 보리 수매가 중단되면서 안정적 판로가 사라졌다. 군산시는 보리 재배 농가의 소비처 확대를 고민하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이 보리를 싹 틔운 ‘맥아’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2019년 군산에 적합한 맥주보리 품종을 골라 농민들에게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32ha에 달하는 전용 재배단지를 만들었다. 이듬해 군산시 농업기술센터에 군산맥아 제조시설을 만들어 맥아 제조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표준화된 맥아 제조공정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군산맥아는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 15곳에 공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산 위스키 제조업체 2곳에도 납품하며 소비처를 늘려가고 있다.
주민 소득을 높이기 위한 군산시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양조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10개월 동안 청년들을 교육하고 실제 창업까지 이어졌다.
창업한 업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째보스토리 1층에 있는 비어포트에서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비어포트는 군산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100% 국산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평일과 주말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김선주 군산시 먹거리정책과장은 “포구의 이색적인 풍경과 이에 얽힌 이야기, 수제맥주를 만드는 과정은 물론이고 직접 맛까지 볼 수 있어 많이 찾는 것 같다”며 “‘군산 째보스토리 1899’가 침체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가 되도록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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