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년간 납품가 조정 등 적발
빙그레-롯데푸드 등 5개사에 부과
업체들은 “가격 정상화 차원” 항변
기재부 식품사 회동에 공정위 참석
고물가 속 ‘가격인상 자제’ 압박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째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아이스크림 제조회사 5곳이 4년간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월드콘’, ‘부라보콘’, ‘붕어싸만코’ 등이 담합을 통해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어 업계에 대한 물가 억제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공정위는 아이스크림 판매·납품가격 및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한 아이스크림 제조사 5곳에 과징금 1350억45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빙그레의 과징금이 388억38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해태제과식품,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지주는 각각 230억∼240억 원대를 부담한다. 이들은 시장의 85%가량을 차지한다.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제과(담합 기간 중 롯데지주, 롯데제과로 분할),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은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경쟁사 간 소매점 빼앗기 금지, 소매점·대리점 지원율 상한 제한, 유통업체 납품 및 판매가격 인상 합의 등 담합 행위를 했다.
원래 제조사들은 신규 소매점이나 다른 제조사와 거래 중인 소매점에 경쟁사보다 낮은 납품가격을 제시하며 거래처를 넓힌다. 해당 업체들은 이렇게 소매점을 빼앗지 말자고 합의하며 아이스크림 납품가격 하락을 간접적으로 제한했다.
이들은 2017년 초 소매점에 대한 지원율 상한도 제한하기로 했다. 편의점의 할인이나 ‘2+1’ 증정행사 품목 수도 3∼5개로 축소했다. 바, 콘, 튜브 등 제품 유형별로 가격 인상도 담합했다. 2019년 1월 편의점에서 월드콘, 구구콘, 부라보콘 등 콘류와 붕어싸만코 등 샌드류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빙그레와 해태제과식품 측은 “향후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제조사들은 아이스크림 시장이 너무 위축된 데다 출혈 경쟁이 심해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 정상화 차원에서 가격을 조정한 것을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에도 업체들은 생산비 상승 등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달 메로나 가격을 기존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했고, 롯데제과는 반값 할인 등의 판촉행사를 줄이기로 했다.
공정위가 이번 제재로 기업들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는 15일 CJ제일제당, 농심 등 대형 가공식품 회사 9곳을 만나며 공정위를 참석시켰다. 물가 안정 협조를 구하는 자리에 공정위를 대동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가격 인상을 하지 말라는 요구를 할 수 없다”면서도 “기업들에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를 구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가격 담합을 단속하는 규제 당국이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공정위를 의식해 가격 인상을 보류할 수 있다.
정부는 물가 억제를 위해 여러 카드를 쓰고 있다. 23일부터는 매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더외식’ 및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죽, 김밥,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등 주요 외식 품목 12개의 브랜드별 가격을 공표한다. 경쟁사 가격을 비교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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