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 5회 우승을 차지한 미셸 콴(41·미국)을 보며 자랐어요. 아시아계 미국인인 콴처럼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고 싶었죠. 어디서 태어났든지 상관없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네이선 첸(23·미국)은 17일 화상으로 열린 오메가 앰배서더 인터뷰에서 올림픽 금메달만큼이나 아시아계 선수들로서 세계무대에서 활약을 이어가게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첸을 포함해 이번 올림픽 미국 피겨 개인전에 출전한 선수 6명 중 4명이 중국계 미국인이다.
4년 전 평창에서 5위에 그치며 단체전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첸은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5차례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역시 중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베라 왕이 만든 우주가 수놓인 의상을 입고 엘턴 존의 ‘로켓맨’에 맞춰 원 없이 빙판을 날았다. 평소 베라 왕에게 디자인을 두고 절대 말대꾸를 하지 않는다는 첸은 “여러 디자인을 줬는데 일단 점프 뛰기에 가장 편한지를 제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착지 실패 없이 모든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시키며 ‘쿼드 킹’이란 별명을 얻은 그는 점프 비결에 대해 “처음부터 당연한 듯 잘한 건 아니었다. 수년간 코치의 도움을 받았고 다른 선수들의 점프도 참고했다.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점프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고 배웠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고난도 점프를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중압감도 잘 다스렸다는 의미다. 그는 “거의 모든 경기 때마다 긴장한다. 실수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멘털 코치에게 배운 것 중 하나가 ‘엄청난 훈련 시간을 믿어라’라는 것이다. 특히 얼음 위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즐기는 피겨도 강조했다. 그는 “그 순간에 뭔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최대한 즐겨야 한다. 피겨는 시즌당 많아야 6경기를 한다. 내가 앞으로 피겨를 4년 더 하더라도 24경기밖에 치르지 못하는 셈이다”라며 “엄청 적은 이 기회를 즐기며 이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 첫 점프에서 크게 넘어지고도 남은 점프를 모두 성공시킨 뒤 톱5로 경기를 마친 차준환(21·고려대)에 대해 “첫 점프에 넘어지고도 나머지 연기를 잘 마친 게 정말 인상 깊었다. 그렇게 하는 건 나한테도 어려운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올림픽 무대를 제패한 그는 미래에 어떤 스케이터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만 생각한다”며 “미래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저 이곳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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