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6, 2017년 시장 비서실에서 다른 부서 업무추진비를 당겨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지난해 측근 배모 씨(전 경기도 총무과 소속 5급 사무관)가 당시 비서실 공무원을 시켜 법인카드로 산 음식들을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에게 여러 차례 배달했고, 이때 일선 부서 업무추진비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18일 한 성남시의원이 본보에 공개한 성남시 전직 공무원과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에서 일했던 전직 공무원 A 씨는 “(시장 비서실에서) 국장 및 (여러)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가져다 쓰고 몇십만 원 남으면 우리(부서)에게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원이 “성남시청 전직 국장을 최근에 만났는데 당시 이재명 시장이 (비서실 등을 통해) 국장 카드를 회수하고 10만, 20만 원만 남겨줬다고 하더라”고 하자 이 공무원은 “그때는 다 그렇게 했다”고도 했다. 녹취록에는 업무추진비 전용과 관련해 “국장실도 했고, 과도 몇 개냐”라며 비서실이 여러 부서 업무추진비를 썼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도 나온다.
비서실에서 업무추진비를 대부분 쓴 탓에 시청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 씨는 1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6, 2017년 당시 행사 참석자들에게 부서 업무추진비로 점심을 대접하려 했는데 ‘비서실 거라 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식사 제공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가 일했던 부서 업무추진비는 연간 수백만 원 규모였다.
김혜경 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의 핵심 인물인 배 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비서실에 있었다. A 씨는 배 씨에 대해 “(이 후보가) 시장이 되면서 (비서실에) 데려와서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다”고 돌이켰다.
배 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로 일할 당시 인연을 맺고 성남시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최근까지 근무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2월 성남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새누리당 소속 박완정 의원이 “배 씨는 사모님 수행하는 친구죠?”라고 질의하자 윤기천 성남시청 비서실장은 “시장님께서 가셔야 할 데를 굳이 못 가실 때 사모님이 가시면 (수행한다)”라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성남시청 비서실이 다른 부서 업무추진비를 당겨썼다는 의혹과 관련해 배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의혹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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