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공장서 16명 급성중독… ‘직업성 질병’ 중대재해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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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부품 세척액에 ‘독성 물질’, 기준치 최고 6배 노출… 간 기능 이상
예방 조치 안했다면 경영자 처벌… 업체 “새 세척액 도입때 성분 속인듯”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에서 독성물질로 인한 급성중독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조사 결과 근로자들은 부품 세척액에 포함된 독성물질에 기준치 이상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이 업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고용부 창원지청은 창원시 소재 두성산업에서 근로자 16명이 급성중독을 일으켜 치료를 받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 업체에서 중독 의심자가 처음 나온 것은 이달 10일이다. 근로자 1명이 피로 등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간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의사가 직업성 질병이 의심된다고 신고해 고용부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고용부는 현장 근로자 71명에게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는데 검진 결과 15명이 추가로 정상의 4, 5배에 이르는 간 기능 수치 이상 증세를 보여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회사 측은 “18일 현재 1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고 15명이 자택에서 치료 중인데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급성중독을 일으킨 물질은 에어컨 부품 세척 용도로 사용된 ‘트리클로로메탄’으로 확인됐다. 무색의 휘발성 액체인 이 물질은 주로 호흡기로 흡수되며 고농도로 노출되면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고용부 조사 결과 두성산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물질을 세척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에서는 노출 허용 기준(8ppm)의 6배를 넘는 최고 48.36ppm이 검출됐다.

고용부는 16일 공장 내 세척 공정 중지를 명령하고 두성산업 대표이사와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18일에는 두성산업을 압수수색했다. 문제가 된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독성물질을 다룰 때 써야 하는 방독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고용부가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 환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경영책임자가 직업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두성산업의 상시 근로자는 220여 명이다.

천성민 두성산업 대표(44)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 피해 직원의 치료와 보상을 책임질 것”이라며 “고용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두성산업 측은 자신들도 속았다는 입장이다. 원래 사용하던 세척액이 지난해 관련법규에 따라 사용이 금지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새로운 세척액을 도입했는데 트리클로로메탄 성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썼다는 것이다. 천 대표는 “세척액 제조·유통업체가 제시한 성분 검사서가 허위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부는 세척액 제조·유통업체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창원#급성중독#직업성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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