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왕(王)’ 자를 새긴 검찰왕이 지배하는 나라가 될지, 점쳐서 갈 길 정하는 나라가 될지 생각해 달라.”(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전남 목포)
“(민주당은) 백성들의, 국민들의 피 같은 재산을 약탈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정당.”(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경북 상주)
거대 양당 후보들의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서로를 향한 독설 수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원색적인 비난이 오가는 가운데 정책 경쟁은 실종된 ‘막말 대선’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李 “내가 가진 카드면 尹 죽어” 연호
이 후보는 18일 전남 나주 유세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녹취록에서 언급한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라는 말을 지지자들과 함께 외쳤다. 이 후보가 “한 번 따라해 보자”며 “내가 가진 카드를”이라고 선창하자 지지자들은 “윤석열은 죽어”라고 호응했다. 이 후보는 세 차례 연이어 이렇게 외친 뒤 윤 후보를 향해 “뻔뻔하기도 그런 뻔뻔함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순천 유세에서 “이제 검찰 왕국이 열리고 있다”며 “왕으로서 검사들이 국민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주 유세에선 “검찰이 법무부가 지시하는데도 신천지에서 해코지할까 봐 (압수수색을) 안 했다”며 윤 후보에 대한 신천지 지원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주술 논란’을 겨냥해선 “제가 위험한 길을 열어갈 때 그 길이 가야 할 길인지 아닌지를 주술사에게 묻지 않고 국민에게 묻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소병철 의원은 순천 유세에서 윤 후보를 향해 “아는 게 도둑놈 잡고 사람 주리 트는 것밖에 모르니까 맨날 그 소리 하고 자빠졌다”고 했다. 김승남 의원은 목포 유세에서 “검찰총장 되자마자 ‘대통령병’에 걸려 문재인 대통령이 시킨 검찰개혁은 안 하고 국민의힘으로 줄행랑쳐 대통령 되겠다고 왔다”며 “조선시대에 왕명을 거부하면 삼족을 멸했다. 윤석열 배신자 아닌가”라고 했다.
○ 野 “기생충, 소고기 도둑”
윤 후보도 전날에 이어 거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경북 김천역 앞 유세에서 “대장동의 썩은 냄새가 김천까지 진동하지 않았나 싶다”며 이 후보를 겨냥해 “이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낸 민주당은 도대체 이게 정당 맞느냐. 당명에서 ‘민주’ 자를 떼 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전날도 “자신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짓지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건 파시스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경기 안성), “(민주당을) 그냥 놔두면 이 당이 암에 걸려 헤어 나올 수 없다”(경기 용인) 등 날을 세웠다.
당 지도부도 독설을 쏟아냈다. 이준석 대표는 18일 대구 북구에서 “이 후보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하면서 그렇게 소고기 도둑 했는데 만약에 나랏일 더 크게 맡기면 대한민국 나라 곳간을 거덜 내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에서 “(이 후보 집에서) 돼지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옆집에 기생충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더해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이 후보 옆집에 직원 합숙용 전셋집을 마련해 사용한 논란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 與野 현수막 훼손도 이어져
여야의 감정 대립이 고조되는 것과 함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불에 타거나 찢어지는 사건도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7일 서울 강북구에서는 거리에 걸려 있던 이 후보의 현수막을 50대 남성이 라이터 불로 태우는 일이 발생했다. 16일 경남 김해시에서는 이 후보의 현수막이 사라졌고 전북 완주군과 경북 구미시에서도 윤 후보의 현수막이 날카로운 물건에 찢긴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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