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그제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김만배 씨와 정 회계사의 대화 내용이라는 패널을 들고 “‘윤석열 영장 들어오면 윤석열은 죽어’ ‘윤석열은 원래 죄가 많은 사람이야’ 이게 녹취록에 나온 (김만배) 이야기”라고 공격했고, 윤 후보는 “그 녹취록 끝부분에 가면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김 씨가 한다”고 응수했다. 이 후보가 “허위사실이면 후보 사퇴하시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윤 후보는 “녹취록을 끝까지 한번 들어보시죠”라고 맞섰다.
두 후보의 녹취록 공방은 국민을 더 헷갈리게 하고 있다. 둘 다 어떤 맥락에서 “윤석열 죽어” “이재명 게이트” 등의 말이 나왔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대목만 끄집어내 상대 후보 공격에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어제도 두 후보 측은 “‘이재명 게이트’ 주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녹취록이 나오자 상황을 모면하려 억지로 꿰맞춘 허위사실” “‘윤석열 죽어’ 등의 언급은 일부만 발췌한 악의적 왜곡으로 허위사실 공표” 등 종일 언쟁을 이어갔다.
이는 법원이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정영학 녹취록’의 열람, 등사를 허용하라고 한 뒤 전문이 아닌 일부만 찔끔찔끔 흘러 다닌 탓도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입맛에 맞게 정쟁의 재료로 써먹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전문을 공개하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검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분명한 건 이런 공방과 혼란스러운 상황을 자초한 것은 검찰이라는 점이다. 수사에 착수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핵심 의혹에 대한 실체를 밝혀낸 게 없다.
그사이 ‘50억 클럽’ 등 추가 의혹들은 쏟아지고 있다. 녹취록에 나온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진짜 그분’은 따로 있다는 야당 공세가 이어졌다.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장동 사업 초기 자금 대출을 알선한 피의자를 커피만 대접하고 무혐의 처분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 기록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게이트가 아니라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뭐가 진실이고 허위이고 과장이고 왜곡인지 뒤섞인 상황에서 대선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진즉 특검을 도입했으면 이 정도까지의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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