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멈춰라” 재한 우크라인들의 절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8일 03시 00분


러 대사관 앞서 침공 규탄 시위
전날 기도회선 가족-친구 안전 염원
러시아인 주최 反戰집회도 열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일째인 27일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과 한국인 등 200여 명이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무력 침공을 단행한 러시아를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4일째인 27일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과 한국인 등 200여 명이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무력 침공을 단행한 러시아를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쟁을 멈춰라.”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한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는 우크라이나인 200여 명과 한국인 10여 명이 모여 한국어와 영어로 된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마이크를 잡은 올레나 쉐겔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41)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무시한 러시아의 만행을 규탄하며 대한민국의 적극적 지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구호를 외친 후 러시아대사관에서 출발해 덕수궁길을 돌아오는 2km 정도 거리를 행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7일, 주말을 맞아 서울 시내 곳곳에서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러시아대사관 앞 시위에 참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가족들과 친구들의 안부를 걱정했다. 카테리나 탄친 씨(47)는 “오빠가 전쟁에 나갈 준비를 마치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며 울먹였다. 시위에 부인, 딸(2)과 함께 참석한 이고르 비시네우스키 씨(33)는 “당장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싸우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오후 4시에는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 신고한 시위였는데 우크라이나인과 한국인 등이 동참해 49명이 모였다.

우크라이나인 친구와 함께 집회를 찾은 손모 씨(27)는 “남일 같지 않았다.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오게 됐다”고 전했다. 자가격리 중인 러시아인 아내를 대신해 현장을 찾았다는 박모 씨(35)는 “러시아는 푸틴이 아니다. 전쟁을 멈춰라”라고 적힌 팻말을 손에 쥐고 있었다.

전날인 26일에는 우크라이나인 80여 명이 서울 마포구 성니콜라스 대성당에 모여 기도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우크라이나에 있는 가족, 친구의 안전을 기도했다. 일부는 비통한 표정으로 오열했다. 카리나 카르포바 씨(30)는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기도회를 찾았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크라이나인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며 ‘괜찮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8일 오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대사관에 성명을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27일부터 매일 밤 시청, 남산타워 등 4곳에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의 빛’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의미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을 응원하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크라 전쟁#재한 우크라인#침공 규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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