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제 밤 의원총회를 열어 최근 이재명 후보 등이 밝힌 정치개혁안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실질적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제 개편,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 발표가 나오자 부랴부랴 휴일 밤에 의총을 소집한 것만 보더라도 코앞에 닥친 대선을 겨냥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각각의 개혁안들은 충분한 토론 및 여야 합의가 필요한 굵직한 사안들이다. 총리 국회추천제만 해도 2018년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야당이 주장했던 것으로 민주당은 “변형된 내각제” “유사 내각제”라며 반대했던 이슈다. 국회의원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현재 47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걸 전제로 한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든가 아니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 민감한 문제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이 후보가 1월 슬쩍 언급하더니 어느새 172석 정당의 당론이 됐다.
민주당이 안철수, 심상정 후보 등과의 연대 고리로 정치개혁안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이지만 윤석열 후보 측 대응도 적절치 않다. 윤 후보는 어제 “다수당 횡포질을 해오다가 대선을 열흘 남겨두고 뭔 놈의 정치개혁이냐” “국민을 가재, 게, 붕어로 아느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정치 술수든, 대선 꼼수든 정치개혁안을 내놓고 여론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물타기용” “무도한 민주당 정권을 교체하는 게 정치개혁” 등의 말만 되뇔 뿐 무슨 정치개혁안을 밝힌 게 있나.
민주당은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에 당론으로 정한 정치개혁안의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선 꼼수였다는 비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윤 후보는 설령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 구도에 대응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회 협조는 어떻게 얻을 것인지, 소수 정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국정에 반영할 것인지 등 ‘분권과 협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도 여당의 ‘정치쇼’ 비판에만 그치지 말고 ‘윤석열표’ 정치개혁의 큰 방향이라도 내놔야 유권자들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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