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성 데니스 페드코는 어머니(56)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며느리(27)와 어린 두 손녀를 차에 태워 급하게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을 빠져나오던 중이었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순찰 업무에 투입돼 가족들을 직접 대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갓 태어난 조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와중에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질렀다.
“차 안에 아이들이 있어요!”
그 때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모든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침묵이 흘렀다. 몇 초 뒤 2, 3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페트로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은 러시아군의 총격으로 몰살당했다. 페드코의 두 조카는 각각 6세, 생후 6주였다. 경찰관인 그의 형제는 자신이 순찰을 나간 사이 대피하다 목숨을 잃은 부모와 부인,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없었다. 해당 지역이 곧바로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극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에 따르면 러시아군 침공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2일(현지 시간)까지 2000명이 넘는다.
영국 BBC는 이날 북부 지토미르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가족을 찾아 헤매는 한 남성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앞으로 기자를 데려가더니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나의 딸이 죽었어요…. 이웃들도 죽었어요. 이게 러시아가 우리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수도 키이우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타타 마르하리안은 이날 CNN에 “나는 죽은 아이들을 보고 있다. 병원과 교회가 폭격되는 것도 보고 있다”며 “자전거를 타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웃고 사랑하던 마을이 완전히 폭파된 것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키우에서는 1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소속 우크라니아 감시단원이 포격으로 숨졌다. OSCE는 “이 단원이 전쟁으로 갇혀버린 가족들에게 물품을 전해주려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BBC는 3일 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이 무려 15시간 동안 포격과 공습을 가해 “인도적 참사” 수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희생자 수를 세지 못했으나 최소 수백 명이 숨졌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하리키우에서는 알제리에서 온 20대 공대생 모하메드 압델모네임이 피난처를 찾던 중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영국 알아라비TV가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 미친 세상에 말한다. 살인을 위한 살인은 멈춰달라”고 했다. 1일에도 인도 유학생이 피난처에 함께 대피한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사러 나갔다가 포격에 맞아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러시아의) 민간인 지역 공격이 의도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명백히 그렇다”고 답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탄약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한 전쟁 범죄”라고 했다.
에미네 자파로바 우크라이나 외무차관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민간인 사망자 중 생후 18개월 유아도 포함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다. 우리는 승리한 이후에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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