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난파선 상황… 尹, 표 적게 준 지역부터 찾아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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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윤석열/새 대통령에 바란다]각계 원로들의 제언
선장됐다고 우쭐하다간 모두 실패…침몰 않게 與野 결집할 지도력 필요
적폐 있다면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책임총리제로 제왕적 대통령 견제
젠더 갈등 부추기지 말고 공론화…외교 ‘망원경-현미경’ 동시에 봐야

막 내린 대선… 선거벽보 철거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10일 광주 북구 운암 사거리에서 동사무소 직원들이 대통령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는 4419만7692명의 유권자 중 3406만7853명이 투표해 2000년대 치러진 대선 중 두
 번째로 높은 77.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막 내린 대선… 선거벽보 철거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10일 광주 북구 운암 사거리에서 동사무소 직원들이 대통령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는 4419만7692명의 유권자 중 3406만7853명이 투표해 2000년대 치러진 대선 중 두 번째로 높은 77.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난파선 위에서 선장이 됐다고 우쭐하다 침몰하면 결국 모두가 실패하는 길이다.”(문희상 전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당사부터 찾아가서 만나고, 경청하라.”(김형오 전 국회의장)

치열한 진영 대결 속에 치러졌던 3·9대선 이후의 최대 과제로 이제 ‘국민통합’이 꼽힌다. 정치권 원로 및 각계 전문가들은 국민통합을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야 협치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회복 및 젠더 갈등 극복 등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교체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번 기회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할 책임총리제 도입 및 국무회의 활성화도 제안했다.

○ “적폐가 있다면 시스템에 따라 해결”


문 전 의장은 현 대한민국 상황을 ‘난파선’에 비유하며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역량을 총결집할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국민 다수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통합과 협치의 메시지가 시급하다는 것. 그는 “대통령의 최종 점수는 결과적으로 덧셈이 아닌 곱셈”이라며 “국민통합에서 실패하면 결국 실패한 정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당선인은 가장 표를 적게 받은 지역부터 찾아가야 한다. 그 자체가 강력한 통합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정치보복’ 논란 등 갈등으로 점철된 대결의 정치를 끝내기 위해서도 “당선인이 직접 민주당사를 찾아가 당 핵심들과 만나고 소통하라”고 권했다.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어느 정권이든 정권 초기에 부패 척결을 강조해왔고 그 결과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 공공재정환수법 등 충분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며 “적폐가 있다면, 이 시스템에 따라 마땅히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지금 같은 대통령중심제에선 정치의 분권화가 이뤄질 수 없어 양극화와 분열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책임총리제를 강화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총리에게 국정통할권을 주고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확실하게 넘겨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박 전 위원장도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감사원 독립성을 강화하고 국무회의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헌법기관, 특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구성에서 대통령 개입을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 세대·젠더 갈등 공론화하되 부추기지 말아야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부각된 세대 및 젠더 갈등에 대해선 “대선이 남긴 부담이자 산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 전 의장은 “대선에서 ‘나쁜 정치의 전형’이 만들어져 매우 유감”이라며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세월과 희생이 필요했듯이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젠더 갈등을 치유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의장은 “세대와 젠더 갈등 모두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모두 일리가 있다”며 “충분히 공론화하되 지나친 갈등 구도로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소득과 부의 양극화 해소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너무 편중돼 버린 소득 등을 시정할 방법을 찾아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특히 부동산이 대선에서 주요 문제로 대두된 만큼 부동산 중과세 등을 통한 빈부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특히 청년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혼인율, 출산율 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주택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고 중장기적 로드맵을 짤 항구적 조직 설립이 시급하다”고 했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보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강 전 위원장은 “코로나는 결국 시간 문제로 언젠간 진정될 것”이라며 “소상공인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임 전 의장도 “새 정부 경제전략은 중·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며 “피해를 고스란히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가 이어질수록 사회의 복원력은 약화된다”고 했다.

새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위기 속에서 출발하게 된 만큼 엄중한 외교안보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과거 패턴상 북한이 새 정부 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출범 직후 빠른 속도로 한미 간 조율을 통해 한미 확장억제체제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앞으로도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일들이 나비효과처럼 직격탄으로 날아올 수 있다”며 “새 정부는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강 전 위원장은 정경 분리를 강조했다. 그는 “정치외교적 문제로 경제에 주름살이 가면 무조건 손실”이라며 “경제는 경제대로 교역거래를 하고 길을 뚫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 인터뷰에 도움 주신 분들

박관용 임채정 김형오 문희상 전 국회의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한국#난파선 상황#표 적게 준 지역#방문#각계 원로들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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