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모든 일에 진심을 다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4일 03시 00분


“정치인들이 서기 싫어하는 단 한 군데 연설 무대는 패배를 인정하는 ‘승복 연설(concession speech)’ 무대”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공식석상에서 패자가 승복 연설을 하는 것은 1920년대 이후 미국 정치의 전통이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예상 밖 패배를 당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운데)가 승복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 출처 CNN
“정치인들이 서기 싫어하는 단 한 군데 연설 무대는 패배를 인정하는 ‘승복 연설(concession speech)’ 무대”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공식석상에서 패자가 승복 연설을 하는 것은 1920년대 이후 미국 정치의 전통이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예상 밖 패배를 당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운데)가 승복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 출처 CNN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유례없는 접전 끝에 나라를 이끌 새 리더가 결정됐습니다. 미국에서는 접전을 ‘가까운 선거(close election)’라고 합니다. 후보 간 표 차이가 ‘가깝다’는 뜻입니다. 당락을 점치기 힘든 초박빙의 개표 상황을 ‘너무 가까워 부를 수 없다(too close to call)’고 합니다. 접전의 대선에서 진 패자들의 연설을 들여다봤습니다.

△“I personally will be at his disposal.”

접전으로 치자면 한 달 넘는 재검표 공방 끝에 연방대법원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이 난 2000년 대선이 가장 유명합니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대선 5주 뒤 패배를 인정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섰을 때 개표 결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품위 있는 연설로 감동을 줬습니다. ‘처분대로 하다’ ‘마음대로 사용하다’를 ‘at disposal’이라고 합니다. “부시 당선자가 나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 즉 “그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 나섰다고 다짐했습니다.

△“We got here a little bit late and little bit short.”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재검표 논란 끝에 승리하더니 2004년 재선에서도 존 케리 민주당 후보에게 아슬아슬하게 이겼습니다. 패자로서 연설 무대에 오른 케리 후보는 “여기에 좀 늦고 짧게 왔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늦게(late) 왔다’는 것은 말 그대로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것이고, ‘짧게(short) 왔다’는 승리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short’는 부사로 쓰였습니다. 목표나 한계점에 미치지 못했을 때 씁니다.

△“You poured your hearts into this campaign.”

2016년 대선 때 대부분 사전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이겼습니다. 충격의 패배 후 지지자들 앞에 선 클린턴 후보는 “여러분들은 정성을 다했다”며 미안함을 나타냈습니다. 어떤 일에 진심일 때 ‘마음을 쏟아붓다(pour heart into)’라고 합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의 저서 중에 ‘진심을 부어라(Pour Your Heart Into It)’가 있습니다. 액체 음료 커피와 어울리는 좋은 제목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대선#유례없는 접전#가까운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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