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임명에 주민들 사업 조기 추진 기대감
완공 땐 제주 항공수요 46% 처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제주 지역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제2공항 건설’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제주를 방문해 “제주의 동과 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멋진 공항을 빨리 추진해서 사람들이 제주에 더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제주 지역 득표율은 이재명 후보 52.6%, 윤 당선인 42.7%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읍면동 선거구에서 이 후보가 앞섰는데, 서귀포시 선거구 가운데 제2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성산읍과 인근 표선면 선거구에서는 윤 당선인이 앞섰다. 이를 두고 제2공항 건설을 바라는 표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을 맡으면서 제2공항 건설을 바라는 단체와 주민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원 기획위원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제주도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원 위원장은 지사 시절 “국책사업인 만큼 정부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주국제공항 포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제2공항은 면적 545만6437m²에 길이 3200m 활주로와 유도로,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통합청사 등을 갖추는 것으로 계획됐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당초 2019년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20년 용지 보상과 함께 공사를 시작해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했었다. 연간 제주도 전체 항공 수요 4109만 명, 운항 횟수 25만7000회 가운데 46% 수준인 1898만 명, 11만7000회를 개항 30년이 되는 2055년엔 제2공항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해 국토부가 협의를 요청한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조류 및 서식지 보호 방안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보완 가능성에 대한 검토용역을 의뢰했고, 올해 제2공항 관련 기본설계 등 예산 425억 원을 반영한 상태다.
제2공항은 정부가 2005년 12월 제3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2006∼2010년)을 고시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항공수요 연구용역, 사전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2015년 제2공항 후보지로 성산읍 일원이 선정됐다. 제2공항 사업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제주도와 도의회는 2020년 12월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여론조사에 합의했고 지난해 2월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2개 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한국갤럽 조사(도민 2019명,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포인트)에선 찬성이 44.1%, 반대가 47%였고, 엠브레인퍼블릭 조사(도민 200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19%포인트)에선 찬성 43.8%, 반대 51.1%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전체에서 반대 의견이 많은 반면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지역에서는 찬성 의견이 높아 갈등이 심화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부에 전달하면서 제2공항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현재 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서 제2공항 건설 추진을 결정하더라도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논평을 통해 “당선인이 국민 통합과 협치를 강조했다”며 “도민 의사를 존중한다면 제2공항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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