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개된 ‘고요의 바다’라는 드라마가 있다. 사막화로 마실 물이 줄어든 2070년대 지구가 배경으로, 인류가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달에 있는 월수(月水)를 찾아 떠난다는 내용이다. 이런 주제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언젠가 우리가 마주할지 모르는 참혹한 미래일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지구상 모든 생물은 물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한다. 자명한 이 진리 때문에 인류는 물의 건전한 순환과 강 유역의 자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의 잠재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식의 지속가능발전은 이미 국제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큰 시련과 마주하고 있다. 동해안 내륙은 49년 만의 가뭄으로 산불 위험에 노출됐다. 2월에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의 약 4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고 있고, 앞으로는 폭우와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해 강수량의 지역 간 편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극한 기온과 강수 변동성 증가로 식량위기와 물위기가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연합(EU) 등 많은 나라는 물 문제를 포함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물 관리 패러다임도 생태와 물 순환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으로 발전했다. 세계의 70%에 달하는 국가가 이미 통합 물 관리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다원적 물 지배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해 왔다. 국토교통부의 수량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통합된 데 이어, 올해는 하천관리 기능도 환경부로 이관돼 본격적인 통합 물 관리의 원년이 됐다. 통합 물 관리는 지난 30년간 난제였던 낙동강의 먹는 물 갈등 해소를 위한 합의를 이뤄냈고, 4대강 보와 하굿둑을 개방하는 등 자연성 회복의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성과는 향상된 물 관리 정책과 기술의 진보가 기반이지만, 단순히 기술과 관리 역량만으로는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 관리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토대로 유역 구성원들이 공정하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논의 체계와 협력적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통합 물 관리 성과는 유역 공동체의 공존을 향해 상호협력으로 이룬 합의, 즉 성숙한 물 거버넌스가 작동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지하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Groundwater, Making the invisible visible)’이다.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먹을 물을 구하기 위해 학교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음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 물의 날을 계기로 모든 생명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물 관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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