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맞선 러 노벨상 수상자 “메달 경매, 우크라 난민 돕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3일 16시 31분


코멘트
드미트리 무라토프. 뉴시스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러시아의 반정부 일간지 ‘노바야 가제타’를 이끌고 있는 드미트리 무라토프(61) 편집장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해 자신의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생명의 위협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각종 실정과 부정부패를 폭로한 보도를 이어온 공로로 필리핀 독립 언론 ‘래플러’의 창립자인 여성 언론인 마리아 레사(59)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22일(현지 시간) 웹사이트 성명, 텔레그램 게시물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상을 경매에 내놓을 수 있는지 여러 경매 업체에 문의하고 있다”며 성사되면 그 돈을 우크라이나 난민 펀드에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10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난민 및 어린이들과 메달을 나누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도 “정부가 언론을 폐간하려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소속 기자와 독자들의 뜻을 거슬러 먼저 신문의 불을 끄지는 않겠다”며 푸틴 정권의 탄압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의 참상을 상세히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정보 전쟁에서 도망가느니 스스로 내 발을 총으로 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부터 ‘특수 군사작전’을 주장하는 푸틴 정권의 행위를 ‘침공’ ‘전쟁’이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침공 다음날인 지난달 25일에는 1면 기사의 제목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폭격하고 있다’로 달고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같이 내보냈다. 당시 무라토프 편집장은 화상 연설을 통해 “전쟁을 막을 사람이 없어 슬픔과 수치심을 느낀다. 우크라이나를 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어 또한 적의 언어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푸틴 정권은 줄곧 노바야 가제타에 폐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달 4일에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상 등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이를 전하면 최대 징역 15년형을 부과한다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1993년 여러 동료와 노바야 가제타를 만들었고 1995년부터 현재까지 편집장을 지내고 있다. 체첸 전쟁의 참상을 폭로해 2006년 총격으로 피살된 안나 폴릿콥스카야 기자를 비롯한 6명의 소속 기자가 의문사를 당했지만 굴하지 않고 푸틴 정권의 각종 실정을 준엄하게 비판해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는 평을 얻고 있다. 무라토프 편집장 은 지난해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폴릿콥스카야 기자를 비롯한 러시아의 반체제 언론인에게 공을 돌린다고 밝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