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이 날 때마다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다. 2019년 4월과 2020년 5월 강원 영동지역 산불, 그리고 이달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까지 특수진화대는 화마(火魔)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국민과 산림을 지켜냈다.
특수진화대는 헬기와 일반 소방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까지 침투해 통로를 개척하고 진화선을 구축한다. 평시에 산불 감시·예방 업무를 하다 산불이 나면 즉시 투입된다. 급경사지나 절벽도 거침없이 올라야 하기 때문에 특수진화대가 되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체력을 갖춰야 한다. 산불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일종의 특수부대인 것.
특수진화대는 이번에도 경북 울진군 소광리 일대의 금강송 군락지와 수령 500년 이상의 대왕소나무를 사수했다. 군락지에서 24시간씩 맞교대를 하며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고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불씨를 온몸으로 막아낸 특수진화대가 없었다면 200년 넘은 금강송 8만여 그루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큰 산불이 날 때마다 이들의 열악한 처우도 주목을 받는다. 산림청 5개 본부의 특수진화대는 총 435명으로 공무직(무기계약직) 160명, 1년 계약직 275명이다. 정부가 ‘임용’한 공무원이 아니라 산림청이 ‘고용’한 근로자 신분이다. 특수진화대가 사실상 ‘산림 소방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무원인 소방관과는 신분과 처우가 다른 이유다. 경찰관 군인 소방관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제복 입은 공무원(MIU·Men In Uniform)’이라고 부르는데 공무직 또는 비정규직인 특수진화대는 ‘비공무원 MIU’인 셈이다.
그렇다고 근로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월급은 6년간 250만 원으로 고정됐고 출장비 외에 위험수당, 가족수당 등은 전혀 없다고 한다. 올해부터 처우개선비로 월 5만 원이 추가됐지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특수진화대는 야간이나 휴일에 불을 꺼도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한다. 산림청의 인건비 예산이 부족한 탓이다. 초과근로가 발생하면 무조건 대체휴무를 써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쓸 수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20년 초과근로 3만7729시간 가운데 2427시간을 휴일로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장비와 시설도 열악한 편이다. 한 대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방한·방수 기능이 뛰어난 장갑을 받지 못하다 보니 사비로 사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원들이 머무르는 일부 대기실은 아직도 연탄난로를 쓰고 있다.
3년 전 영동 산불 때 한 특수진화대원은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는 많이 알려졌지만 저희는 더 열악하다”며 자신이 착용한 2000원짜리 마스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 특수진화대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많지 않다. 찾아 보면 특수진화대처럼 공무직이나 계약직 신분으로 국가에 헌신하는 비공무원들이 많지 않을까. 새 정부는 이런 분들까지 살뜰히 살피는 정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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